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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황

사모시장 자금 블랙홀?.. 사모채 PEF 등 급성장

#. 50대인 김모 씨는 20억원대의 운용자산(지난해 말 기준)을 보유한 큰 손이다. 그는 물려받은 자산과 금융소득으로 생활하는 '위험 중립형' 투자자로 분류된다. 사모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쓴 맛을 본 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소식에 고민에 빠졌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다. 김씨가 선택한 대안은 사모 회사채였다. 그래도 채권은 안정적이고, 사모채의 경우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판단에서다.

위험한 도박쯤으로 치부되던 사모시장이 뜨고 있다. 기업들의 체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면서 대기업까지 사모사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시장이 커졌다.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경기 불황으로 회사채 공모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비싼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사모시장에 내몰리고 있는 것.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법인이나 고액 자산가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쫓아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한때 '사망진단'까지 받았던 사모펀드 전문회사(PEF)들도 소리 없이 모아온 약 60조원 가량의 '실탄'을 갖고 최근 여기저기 사냥감을 찾아다니고 있다.

◆ 강남 김여사 유혹하는 사모채

1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신용등급 A-)는 지난달 17일 200억원어치에 이어 31일 100억원어치의 1년6개월짜리 사모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오는 10월 만기가 되는 공모채 500억원어치를 상환하기 위해서다.

기관투자가나 특정 개인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물량을 넘기는 사모채는 까다로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내놓는 공모채보다는 발행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한화테크윈(AA-)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30일 사모채 700억원어치를 찍어냈다. 한화첨단소재(BBB+)는 지난 3~5월 총 400억원어치의 사모채를 발행하고 7월 말 200억원어치를 추가로 찍어냈다. 연내에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어치의 회사채 만기 물량을 안고 있는 ㈜한화와 한화토탈은 차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모 또는 공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사모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설 제 3공장 건설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역대 4번째 올 들어서만 3번째 사모채 조달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 총액을 10조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한항공도 올해 사모시장에서 9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도 17년 만에 300억원어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 신용등급(ICR)은 투자 등급 10개 중 상위 다섯번째에 해당하는 'A+'다. 회사채 금리는 연 2.53%로 결정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1999년 1월 이후 17년 만(예탁결제원 등록 발행 기준)이다.

LG이노텍은 지난 12일 만기 3년 300억원과 4년 200억원, 총 5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다. 이는 2015년 1월의 1000억원 사모방식 발행에 이은 두번째 사모사채 발행이다. 최근 발행한 대부분의 공모사채가 시가보다 높게 금리가 결정된 점 등을 감안하면 LG이노텍은 이번 사모사채 발행시 상당히 낮은 수준의 발행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사모사채시장에 눈들 돌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급한 불을 끌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업황 부진한 건설, 철강, 정유 기업들은 사모채권 발행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다. 공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할 경우 오히려 평판 위험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공모 발행 실패에 대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사모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사모사채 발행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한진해운이 단적인 예다. 국내 1위 해운사 한진해운이 8월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사모채 투자자들은 채권 원리금 중 상당액을 못 돌려받을(헤어컷)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감독원



◆ M&A시장의 공룡 PEF도 급성장

PEF는 M&A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큰 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등록된 PEF는 총 342개이며, 약정액은 6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작년 말 대비 PEF는 26개 증가했으며 약정액은 1조8000억원 가량 늘었다.

6개월 사이 PEF 개수와 약정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일부 PEF의 인수금융 부실 우려 등에도 PEF 출자약정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먹이사냥도 활발하다.

실제 투자가 집행된 자금을 의미하는 이행액은 41조2000억원으로 조사됐다. 6월 말 기준 PEF 약정액은 공모 주식형 펀드 설정액(67조원) 수준에 근접한 규모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을 주로 하는 PEF가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 현금을 가득 쌓아둔 사모펀드들이 불황이 내려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M&A 시장의 총 거래대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45조원, 거래건수는 320건에 달했다. MBK파트너스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인수, 국내 M&A 역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국내 PEF인 한앤컴퍼니는 비스테온으로부터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을 약 3조9000억원에 사들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안세완 연구원은 "구조개편을 위한 대기업 간 빅딜과 사모펀드의 약진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금융시장 환경 악화의 또다른 돌 파구가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사모펀드 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수시장의 발달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자칫 개미들이 '머니 게임'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신흥시장에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사모투자거래가 감소하고 있고, 자금조성에 성공한 펀드 수가 몇 년 안에 크게 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김문호 기자 m\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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