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69)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이 부회장의 자살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개인 비리 혐의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의 저인망식 롯데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어감에 따라 이 부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지막까지 유서를 통해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라고 남긴 만큼 이번 롯데그룹 수사가 신동빈 회장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심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부회장은 43년 동안 롯데에 재직하며 과거 '리틀 신격호', '신격호의 입과 귀'등으로 불렸었다. 이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과의 인연은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그룹 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다. 이전까지 이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는 사업마다 반대하며 악연을 맺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측근보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람이었다.
2011년에는 롯데 부회장에 오르며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정책본부를 이끌었다. 전문경영인으로는 첫 사례였다.
그는 신동빈 회장의 과외선생으로써 신씨 일가와의 인연도 각별했다. 2011년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자 그룹은 대대적인 젊은 세대로의 '교체'를 감행했다. 이 부회장은 이 시기에도 자리를 견고히 지켰다.
지난해 7월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일자 이 부회장은 그 동안 지켜왔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옆자리를 떠나 신동빈 회장의 측근으로 돌아섰다.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거쳐, 롯데의 2대 총수 신동빈 회장까지, 롯데의 모든 세대에서 중역을 맡았던 만큼 그룹사정에 가장 밝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이번 롯데 경영비리 수사에서 받는 중압감이 상상이상으로 크다. 앞서 소환된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등 다른 신 회장의 측근보다 심적 부담이 더욱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이번 롯데 수사의 최종점을 신격호, 신동빈, 신동주 3부자의 소환에 맞췄다. 황 사장과 소 사장 등이 신동빈 회장과 깊게 관련돼 있다면 이 부회장은 3부자의 경영을 모두 거친 만큼 가장 많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이번 롯데 경영비리 수사에 있어서도 가장 많은 증언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꼽혔다.
이 부회장의 극단적인 선택에는 본인 뿐 아니라 롯데 오너일가 모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부담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6일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소환해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조사를 할 예정이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 내 비자금, 계열사 밀어주기 등의 경영비리도 함께 추궁할 계획이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25일 저녁 9~10시께 "운동을 하겠다"며 집을 나와 다음날 오전 7시3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한 산책록에서 목을 매 숨진채로 발견됐다.
검찰측은 이 부회장의 사망 사건이 이번 수사에 '오점'이 될 수는 있지만 수사방향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신격호, 신동빈, 신동주 등 오너일가의 소환일정에는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장례식은 26일 오후 9시부터 서울 송파구 현대아산병원에서 5일 동안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