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영국이 본받고 싶은 한국은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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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영국이 본받고 싶은 한국은 '헬조선'?

최종수정 : 2016-08-25 07:25:40
 데스크칼럼 영국이 본받고 싶은 한국은 헬조선

'총, 균, 쇠'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진화생물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나와 세계'란 저서를 통해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지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우선, 지리적으로 볼 때 그는 위도와 가까운 곳이 가난하다고 분석했다. 흔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중남미 등은 씨앗만 뿌려도 열매가 쑥쑥 크고, 1년에 농사를 두세번씩 지어서 풍족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공중보건이 열악하고, 유아사망률도 높아 오히려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주위에 바다나 강이 없다는 점도 가난한 국가의 기준이 된다고 다이아몬드는 지적했다. 물류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도 그는 '저주'라고 지적했다. 천연자원이란 게 한 나라에 골고루 분포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지역이 그 국가에서 늘 분리·독립하려는 욕구가 있고, 이게 국가분열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한 천연자원은 부패와 비리를 조장하고 근로자들의 지역간 임금격차도 벌려서 사회단합이 안 된다고 분석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열악한 조건이 오히려 잘 살게 된 배경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국토의 70%는 산이며 사계절이 뚜렷해 농사지을 시기가 한정돼 있어 부자나라가 될 수 없다고 배웠다. 땅밑에는 석유나 귀금속 같은 부존자원도 없어 오직 사람만이 재산이라고도 배웠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시각에서는 이런 점이 부자나라가 된 '채찍'인 셈이다.

최근 영국의 권위 있는 매체인 '더 가디언'에서 눈길 끄는 칼럼을 게재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이후에도 번창하려면 한국을 닮아야 한다는 게 그 칼럼의 골자다.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Great Britain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대영제국의 국민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구겨놓는 칼럼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칼럼에는 13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우리를 좋게 평가하는 것 같다. 영국에서조차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국가 위상은 상승해 있다. 올림픽은 세계 8위를 차지했고, 세계 무역 순위는 프랑스 다음인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자부심보다 '헬조선'이라는 폄하와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다. 정치권은 새로운 국회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화합과 대화보다는 갈등과 대립을 일삼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성대결을 벌이고 있고 지역갈등에 사회지도층의 비리로 국민의 의욕을 꺾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갈등과 대립과 불만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 게 아닌가 싶다. 현실에 만족하고 지금 상황에 안주했다면 우리가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런 차원에서 지금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비난하는 젊은이들을 너무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 우리 사회를 보는 디지털세대의 고유 문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또는 여성과 남성의 대립으로 너무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영국이 본받겠다는 나라가 세대간 성별간 갈등을 겪는 헬조선은 아닐테니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고도화에 따른 부작용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진단해본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맞고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은 단지 기성세대란 이유만으로 모든 걸 갖고 있지는 않다. 가계부채로 신음하는 가장들도 많고 찜통더위 속에서도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선풍기조차 제대로 틀지 못하며 고통받는 올드세대들도 많다. 단지 젊다고 취직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기성세대여서 회사에서 버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정치권은 협치를 하자며 대립을 일삼고 있다. 국민은 이런 정치행태를 보며 "하나도 바뀐 게 없다"며 비난하고 있다. 그럼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면서, 우리부터 배려와 대화를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벽을 쌓으면서 정치인들을 욕할 자격이 있나. 지금 시점은 분출하는 에너지를 갈등조장이나 불필요한 대립에 소모하는 게 아니라 문제해결에 쏟아붓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주도권을 잡는 게 중요할 것이다.

/윤휘종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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