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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윤휘종의 잠시쉼표] 빚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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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인당 2400만원 꼴로 빚을 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한 가구당 9600만원, 거의 1억원의 빚이 있다는 얘기다. 빚이 없는 집도 있겠지만 어디는 1억원이 훨씬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집들도 있을 것이다. 통계수치의 맹점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가계부채가 1220조원(1분기 현재)을 넘었다는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 국민 한사람꼴로 나누면 그렇다는 얘기다.

가계부채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불안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가계부채가 심각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나온 게 아니다. 이미 3년 연속 가계부채 규모는 늘어왔다.

더 걱정되는 것은 부채를 갚을 능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점이다. 부채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늘어나고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점이다. 빚 갚을 능력은 안 되는데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은 많아지자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추세가 우상향 그래프를 보이자 이를 줄여보겠다며 지난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하지만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대출을 막는 벽이 됐다. 은행 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은행보다 이자는 많지만 돈을 좀 덜 까다롭게 빌릴 수 있는 제2금융권으로 몰렸다. 종합금융회사,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같은 제2금융권에서도 신용자격이 미달되면 그 다음으로 찾는 곳이 고금리로 돈놀이를 하는 대부업자들이다.

이렇게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이자가 높지만 비교적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으로 자꾸 밀려나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풍선의 크기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한 쪽이 줄어드는 대신, 다른 쪽이 커지는 현상이다. 사태의 본질적인 해결이 아니라 미봉책인 셈이다.

국민은 돈이 없다고 난리인데 아이러니컬한 소식이 들려왔다. 시중에 갈 곳을 못찾는 '눈 먼 돈'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단기 부동자금이 지난 5월말 현재 958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한 쪽에서는 돈이 필요한데 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또 다른 쪽에서는 돈을 돌려야 하는데 쓸 곳을 못찾아 헤매고 있는, 아주 기이한 현상이 지금 우리 사회에 발생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계속 커질 것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10대 그룹에서 나간 임직원이 4700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이를 예고한다. 10대 그룹만 이 정도다. 이들과 협력하는 하청업체들은 더 심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3대 조선업체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3229명이라고 하는데, 대기업이 이 정도로 감원했으면 하청업체들의 임직원들은 더 심각한 상황일 것이다.

해고됐더라도 새로운 곳으로 바로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굶어 죽을 수는 없다. 결국 그 동안 모은 돈을 쓰고, 보험을 해약하고, 집을 팔거나 더 싼 곳으로 전세를 가고, 그러다가 은행 문을 두드리고 대부업체에 손을 벌리는 '경제적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사회 위협이 되자 금융위원회가 대출자의 실제 상환능력을 보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연말까지 도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돈을 많이 빌리니까 엄격한 심사로 돈을 못빌리게 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부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을 더 경제적 나락으로 몰아내는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이 왜 빚에 빠져 허덕이는지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만 나서서 해결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정부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진단하고 해결책을 내야 한다. 필요하면 기업들에도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를 대충 처리했다가 곪아 터져서 사회 시스템이 붕괴되면 그 때는 내수 살리기는 커녕, 정부고 기업이고 누구도 무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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