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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라디오 '국민통일방송' 사람들

이광백 대표에게 '어째서 라디오를 택했느냐'고 물었다. "역발상이죠. 제가 예전에 대남방송을 들었으니까. 이번엔 그들이 우리처럼 방송 듣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알아갈 것이라고 봤어요."/손진영 기자



[새벽을 여는 사람들] 라디오 '국민통일방송' 사람들

지난달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방송국. 탈북자 한 명이 뉴스룸에 들어왔다. 자신을 "국민통일방송의 '열열한' 청취자"라고 소개한 그는 한때 러시아 파견 노동자였다. 지난 2013년부터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들으며 인권이 무엇인지, 북한 체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게 됐다고 했다. 입사 2년차인 김가영 기자는 생각했다. '내가 누군가의 삶을 구하고 있구나.'

서울에서 평양의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 대북매체 3사의 연합체인 '국민통일방송'이다. 본방송은 평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새벽 3~5시엔 재방송을 한다. 적지 않은 방송 분량은 자유조선방송과 열린북한방송, 데일리NK가 지난 2014년 10월 통합사무실로 모인 덕분이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는 "그해 각 회사 대표들에게 '대북방송 4개사 청취율이 1~2%에 불과하니 힘을 합치자'고 설득해 3곳이 모여 총원 30명이 됐다"고 설명했다.

시작이 언제였을까. 왜 하필 라디오일까. 어째서 북한 인권인가. 지난달 22일 국민통일방송을 찾아가 물었다.

"북조선의 새벽을 여는 이유가 무엇입네까."

◆ 주사파의 역발상 "대남방송을 대북방송으로"

이광백 대표는 80년대 학생운동권의 주사파(주체사상파)였다.

"당시 북한식 사회주의를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 북한의 대남방송을 들으며 공부했어요."

그런데 90년대 들어 그의 이상이 무너졌다.

"소련 해체에 독일 통일,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죠. 북한체제의 문제점을 그때 처음 느꼈어요."

그러나 그는 "포기한 것은 북한식 사회주의 모델이지, '인간이 행복한 세상'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사회주의혁명에 머물렀던 진보에 대한 고민이 '세계민주화'로 이어졌다. "세계 곳곳에 질병과 가난, 독재에 신음하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아, 그러면 북한 인권과 민주화운동이 새로운 진보의 과제구나. 그게 시작이었죠."

그는 2003년에 2~3명이 만든 대북 라디오방송 '자유조선방송' 프로그램에 종종 사회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인력부족보다 큰 문제가 있었다. 송신 시설이 없어 방송을 못 한다는 점이었다. 2년 가까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다가 2005년에야 미국의 비정부기구 프리덤하우스의 도움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다. 당시 북한 민주화 네트워크 연구위원이던 이 대표는 2007년부터 대표를 맡는다.

그런데 왜 라디오냐고 물었다.

"역발상이죠. 제가 예전에 대남방송을 들었으니까. 이번엔 그들이 우리처럼 방송 듣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알아갈 것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2008년 탈북한 주모 씨가 "어두운 곳에서 온 몸으로 흡수하는 방송"이라고 하는 등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파견 노동자였던 탈북자 김광철(가명)씨가 찾아와 "해외에 있는 북한 대사관 직원과 파견근로자들이 청취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 대표는 뉴스와 인권교육, 최신 가요와 탈북자 대담 등으로 꾸민 3시간짜리 본방송과 2시간의 재방송이 부족하다고 본다.

"재정이 좋아지면 본방송을 5시간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 "북한 정권 아닌 주민에도 관심 가졌으면"

민간 대북방송은 한국 정부가 정식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대북 관계 악화를 우려해서다. 대신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과 국제민주주의연구소(NDI)가 재정을 댄다. 방송 송출 비용은 NED 지원금으로 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에서 단파 주파수로 북한에 방송을 송출한다. 국민통일방송의 'U+100' 후원자들도 힘이 되어준다. 그럼에도 예산은 빠듯하다. 다음달 4일 시행을 앞둔 북한인권법 시행령에는 아직 대북방송에 대한 지원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광백 대표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처럼 북한 주민들의 정보자유화를 촉진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며 "우리 북한인권법의 문제는 언론·출판에 조항이 없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의 정보 자유화를 위해 분투하는 기자와 PD를 만났다. 김가영 데일리NK 기자는 "북한 인권은 내 운명"이라고 믿는다. "북한 인권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접하는 날이 많았어요. 언론인이면서 그들에 도움이 되는 길로 이곳을 택했죠."

유튜브와 페이스북에는 매주 두 편씩 'NK Now'가 올라온다. 기자들이 북한 내부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 뉴스를 5분 내외로 보도하는 영상이다. 기성 방송국에 밀리지 않는 품질이지만, 김 기자는 누리꾼의 반응이 아쉽다.

"사람들이 댓글로 북한의 인권 대신 출연진을 평가해요. 그럴 때 북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적다는 걸 느끼죠."

한 편으로는 장점도 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전하니, 북한에 관심 갖게 됐다는 지인이 많아서 좋아요."

10여년을 방송해온 이복화 라디오 PD는 대북방송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일부에서 색안경을 끼는데, 실제 방송을 들으면 대중적이고 건전하다는 걸 알 수 있다"며 "통일 하려면 북한의 사람을 이해해야지, 북한 정권만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PD라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청취율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방송 잘 들었다는 탈북자를 만나보니, 몇 명이 듣든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 한 명이 들어도 의미가 제대로 전해지면 가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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