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혜 올리치컴퍼니 대표는 "1억이 투자일 수 있고, 1만원이 낭비일 수 있다"며 돈에 대한 관점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지난 23일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에서 부자로 살아가는 법' 강연에서 오 대표가 '종잣돈 1억 만들기 및 부의 습관'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이범종 기자
"저축은 소비하고 나서 하는거다?."
"엑스(X)!."
"실제로는요?."
"예스..."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지난 23일 고대교우회관 4층에서는 탈북자를 대상으로 금융강의가 열렸다. 제목은 '대한민국에서 부자로 살아가는 법.' 이날 웃음꽃은 강연자인 오지혜 올리치컴퍼니 대표와 탈북자 김정철 씨(35)가 피웠다. 잘 나가는 외국계 은행 PB였던 오 대표가 탈북자 금융 교육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오 대표는 "탈북자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돈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엔 북한에 관심이 없었다. 은행원이 된 이유도 "외국계에서 일하고 싶어서"였다. 지난 2003년 7월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씨티은행에 들어갔다. 2년 뒤 HSBC로 옮겼다. 고객과의 인연을 유지하며 새 사람을 소개 받다 보니 성과가 쌓였다. 상위 1% 직원으로 행장이 특별성과금을 준 적도 있다. '아시아 우수직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점이 철수하면서 2013년 명예퇴직했다. NH농협생명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PB들을 교육하는 자리여서 적성에 맞지 않았다.
"아, 나는 자산관리 안 하면 안되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동안 '은행원 오지혜'는 부자를 부자로 만드는 일에만 신경썼다. "하지만 정작 자산관리가 필요한 건 돈 없는 분들이에요. 회사를 차리니까 이제는 그 분들을 도와줄 수 있게 된거죠."
올리치컴퍼니는 빚에 허덕이는 서민을 위해 '빚 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입과 지출을 제대로 파악해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고 남는 돈으로 빚을 줄이게 한다.
"처음엔 '나는 가진 게 없는데 상담 받아도 되느냐'고 해요. 그렇게 얘기를 시작하면서 잠재력을 찾아줘요. 우리는 그걸 '돈 나무'라고 부르는데, 자신만의 이야기로 블로거가 되거나 책을 쓰거나 유튜버가 될 수도 있어요. 은행원 정년도 점점 짧아져요. 대책 없이 회사만 다니면 안돼요. 양극화 시대에 자기브랜드화가 꼭 필요합니다."
'도와줄 분들'에 탈북자가 들어간 계기는 연애다. 고려대 북한학과 박사인 남편에 대해 '남북 관계 관련 일'을 하고 있다며 말을 아낀다. "남편과 만나면서 탈북자들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됐어요. 목숨걸고 한국에 왔는데, 여기저기서 정착금 뺏을 생각만 하는거예요."
"이 분들이 한국에서 잘 살아서, 통일이 됐을 때 고향에 돌아가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했으니 도와줄게' 하는 사례들이 생기게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겨났죠."
오 대표는 4년 전부터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 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은행원이었을 때는 서울시 초청으로 하루동안 탈북자에게 금융을 가르쳤지만, "일회성이라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은행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도울 수 있게 됐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번엔 기본적인 부분들을 알려줄 수 있어 행복해요."
탈북자를 대상으로 총 여섯 번 열리는 '부자로 살아가는 법' 강의는 지난달 25일부터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이어진다. (사)남북경제연구원이 주최하고 남북하나재단이 후원한다. 신청기간은 지난달에 선착순 30명을 모집해 끝났다.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은 김정철 씨는 건축자재 회사에 다닌다. 그는 새터민을 위한 소식지에서 이 강의를 알게 됐다. 돈 버는 데 관심이 많다는 김 씨는 "나름대로 아는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첫날부터 왔는데 끝까지 강의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에게 '강연 들은 사람 중에 돈 많이 벌었다는 사람이 있으냐'고 물었다.
"강연에서 종목을 찍어주는 건 아니어서 그런 영향은 없어요. 하지만 대부분 "돈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고 하세요. 돈이라는 걸 내가 가진 것에서 쪼개는 것만 생각하는데, 파이를 늘리는 법에 대한 생각을 열어주죠." 흙수저에게 가능한 이야기일까. "기본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는데 분명 시간이 필요해요. 그 다음에 나만의 자본 씨앗을 찾는데 주력하세요. 그걸 찾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배운 사람도 기회 잡기 힘들어요. 취직이 힘들다, 돈 벌기 힘들다 하는데 사실 이건 남들과 같은 길을 가서 그런 게 아닌가요."
오 대표의 이런 생각은 고액 자산가 고객들의 영향을 받았다. 그들에게서 배운 돈에 대한 관점을 담아 지난해 베스트셀러 '그들은 어떻게 강남 부자가 되었는가'를 출간했다. 책에는 큰 목표 잡기와 인맥에 대한 투자 등이 나온다. 부자 되는 요건 1순위를 물었다.
"인생 목표예요. 내가 원하는 삶과 갖고 싶은 것이 명확해야죠. 그럼 자연히 그걸 도울 사람을 찾게 돼요. 그 길을 먼저 가고 계신 멘토를 만나면 도움을 주세요."
오 대표는 평소 "1억이 투자금이 되고 1만원이 낭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가치를 숫자로만 읽으면, 1+1 상품을 사고 어딘가에 쌓아두는 수준에서 못 벗어나요. 그러다 삶에 중요한 순간이 오면, 비지떡 같은 선택을 하게 돼요. 중요한 건 효용입니다. 제가 책을 쓸 때 매일 카페에서 5000원을 썼어요. 한 달이면 15만원. 그런데 그건 낭비가 아니었죠. 저를 브랜드화하는 수단에 투자한거잖아요."
이런 관점을, 방금 전철역을 나온 독자들에 적용시킨다면 어떨까. "메트로를 단순 정보로만 읽지 말아야죠. 추천 도서가 있다면 그걸 살 수 있어요. 인터뷰를 보고 느낀 것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겠죠. 메트로신문을 검색이 아닌 사색의 도구로 활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