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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부산행] 자본의 욕망, 좀비 앞에서 무너지다

영화 '부산행'./NEW



석우(공유)는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다. 회사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늘 소홀하다. 아내와 별거 중인 그는 하나 뿐인 딸에게 어린이날에 준 선물을 다시 사줄 정도로 무심한 가장이다. 미안함에 석우는 생일을 맞이한 딸과 함께 아내가 살고 있는 부산으로 KTX를 타고 떠난다.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부산행'은 한국 상업영화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블록버스터급 규모의 좀비 영화다. 한국영화에서 좀비를 다룬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처럼 상업영화 전면으로 내세운 것은 '부산행'이 최초나 다름없다. 그동안 마이너한 장르로만 여겨진 좀비물은 할리우드에서 만든 재난 블록버스터 '월드워Z'의 흥행과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장르가 됐다. '부산행'은 바로 그런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부산행'./NEW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성은 전혀 없다. 사회 구성원인 인간이 인간성을 잃는 순간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좀비물은 현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은유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 좀비물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또한 바로 여기에 있다.

'부산행'도 이런 좀비물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를 한국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 속 좀비들은 시위대 또는 폭도로 여겨진다. 그리고 국가는 이들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제압한다. KTX 안에서 벌어지는 일도 한국사회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열차 밖 세상에 대한 정보는 "괜찮다"는 정부의 말과 함께 은폐된다. KTX는 관제센터의 지시만을 따르며 달리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그 안에 갇힌 평범한 사람들은 이유도 없이 피해를 당하고 분열되며 갈등을 겪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 사회적 약자들로 구성돼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석우와 딸 수안(김수안), 출산을 앞두고 있는 상화(마동석)와 성경(정유미) 부부, 고등학생 영국(최우식)과 진희(안소희), 그리고 노숙자와 할머니 등이 바로 그들이다. 펀드 매니저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삶을 살았던 석우는 여성, 아이, 노인, 노숙자들을 지키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석우가 피 묻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장면은 자본의 욕망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같다.

영화 '부산행'./NEW



'부산행'의 유일한 단점은 영화 후반부에 있다. 좀비물과 재난영화의 공식을 한국적으로 잘 버무려내 긴장감을 놓지 않고 달리던 영화는 극 말미에 이르러 갑작스러운 신파로 변신한다. 대중적인 호소력을 위한 선택이겠지만 영화 내내 흐르던 긴장감이 조금 무너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성을 '보호 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바라보는 영화의 태도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부산행'은 좀비물을 한국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서는 충분히 성공적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목도했던 우리에게 '부산행'이 찾아온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궁금해진다. 영화 초반 '서울역'과의 연결 다리가 될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실사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7월 20일 개봉.

영화 '부산행'./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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