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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사드 공포'로 옮아온 브렉시트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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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것에 대해 가장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귀신이나 유령도 그 존재를 명확히 안다면 무섭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실체도 모르고, 심지어 있는지 없는지조차 불확실하면 두려움에 떨게 된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누군가가 귀신 얘기를 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귀신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무서운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교통사고와 질병과 전쟁 등으로 죽음을 맞고 있다. 그러나 과거 메르스 사태를 생각해보자. 실제로 메르스로 사망한 사람보다 독감이나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이 더 많았음에도 사람들은 독감 바이러스나 자살을 두려워한 게 아니라 이름도 생소하고 실체도 정확하지 않았던 메르스를 더 무서워했다. 메르스에 대한 정체가 알려지면서 비로소 그 공포는 해소됐다.

지금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그렇다. 며칠째 거의 모든 언론에서 사드로 나라가 혼란에 처했다는 보도를 쏟아내다보니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사드 때문에 난리가 났다"며 막연한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 오죽했으면 국방부장관이 "사드는 일개 포병중대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라"고 얘기를 했을까.

 

물론, 그 일개 포병중대의 역할이 일반적인 포병중대보다 엄청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 장관이 사드를 "일개 포병중대"라며 너무 쉽게 말한 것도 문제지만 좀 더 사드의 실체를 분명히 해줬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

잠시 사드에 대한 공포는 뒤로 미루고,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해보자. 왜 지금 우리는 혼란에 빠져 있을까. 사드를 배치하도록 촉발한 것은 북한이다. 세계적으로 점점 더 고립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내부 체제를 공고히 하고 외부적으로도 존재를 인정받게 할 '뭔가'가 필요했다.

 

북한은 자체 기술로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끊임없이 대내외에 과시했다.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장거리비행이 가능한 탄도기술도 개발했고 핵무기 개발능력도 과시했다.

특히 최근 발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위협적이다. 미사일이 발사되는 지점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ICBM은 북한이라는 특정 지역을 집중 관측하면 발사지점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지만 잠수함은 다르다. 그 넓은 바다 어디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지 알 수 없게 되면 이건 군사적인 불확실이자 '공포'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당할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 오히려 대응을 하지 않으면 그건 직무유기다.

이번 사드 파문의 단초는 북한이 제공했다. 지금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도, 일부 국내 정치인들도 이 점에 대해선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국내외 정세를 보면 북한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다. 북한의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SLBM을 비롯한 군사력 과시→당황한 미국과 남한, 사드 배치 등 군사적 대응→남한의 정국 혼란→한 동안 가까웠던 남한과 중국의 갈등→지역 관심을 북한으로 유발→군사적 위기 해소 위한 논의 개시→북한 주민들로부터 영도력을 입증받는 김정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상황이 이런데 최근 정치권에서는 사드 배치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국가의 중대사라서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유럽연합(EU)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투표를 했다가 지금 사회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영국의 사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지금 사드 배치를 놓고 국민투표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는 마치 브렉시트 투표를 앞둔 영국처럼 사분오열이 될 것이다. 한쪽에서는 안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반대 진영에서는 사드를 배치하면 안된다는 논리로 맞설 것이다.

 

거리에는 사드 배치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시위대의 물결이 가득 메울 것이다. 기업인들은 정치인들에 중국과 미국 눈치를 볼 것이다. 그 사이에 낀 일부 국민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그저 구경꾼으로,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다.

 

투표를 해서 어느 진영이 이기든, 그 투표까지 우리나라는 갈갈이 찢어지고 상처를 입을 것이다.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하는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 북한이 노리는 것이다.

타산지석이란 말이 있다. 영국의 실수를 우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안보와 관련된 문제는 정보와 전략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모여 신속한 판단을 해야 하는 이슈다.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공격을 하는데도 맞서야 할지 참아야 할지 국민투표로 물어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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