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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과거의 영광은 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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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이었다. 당시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지인을 만나러 베이징에 갔다가 그 지인이 '꽌시'를 위해 접촉하던 중국 검사와 저녁을 하게 됐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그 검사가 물었다. "한국의 역사가 얼마나 되느냐"고. 뚱딴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당하게 대답했다. "한국은 5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그러자 "그럼 그 5000년의 역사 중에 중국보다 잘 살게 된 게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살짝 기분이 상했다. '내가 중국을 무시해서 이 친구가 자존심이 상했나?' 싶었지만 "30~40년 정도 된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그럼 그게 앞으로 얼마나 더 갈 것 같냐"고 물었다. 솔직히 그 질문에는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중국의 변화가 이미 그 당시에도 감지됐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도 중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객관적 사실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중국을 우리보다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위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일부 중국 사람들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자료가 나왔다. 29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EIT)이 중국의 산업수준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조사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각 산업별로 우리나라와 기술, 가격, 품질 등을 비교했다. 이 가운데 시스템반도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국 기술이 우리보다 10% 정도 더 앞섰다는 것이다. 대량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우리 기업이 여전히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용도에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는 중국이 우리보다 기술력이 더 좋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안심할 수 없었다. 자동차, 조선, 철강, 섬유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중국의 기술은 우리의 90%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경쟁력은 이미 우리를 앞섰다. 우리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12개 산업 가운데 정유와 디스플레이, 단 2개밖에 없었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따지자면, 해외 바이어 입장에서는 굳이 한국산을 구매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밥을 굶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 추세라면 5년 뒤, 10년 뒤에는 중국이 우리와 팽팽하게 경쟁하거나 오히려 우리를 앞설 것이다.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산업은 우리의 주력부대다. 주력부대가 패하면 자잘한 전투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전쟁 자체는 지게 된다. 경제전쟁에서 패배해 거대 중국이 우리를 누른다면 우리는 또 다시 조선시대의 암울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지금 세계 경제는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브렉시트)로 혼돈에 빠져 있다. 영국 국민은 과거 대영제국의 영광을 잊지 못해 EU와 따로 놀겠다고 했다가 이제와서 후회하는 '리그렉시트'의 움직임도 나온다고 한다. 그 동안 세계 흐름이 급변했고 자신들의 위상도 변했다는 것을 잊은 채 과거의 영광만 기억했기 때문에 후회할 행동을 한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도 세상은 눈이 아플 정도로 변하는데 우리의 심리적 시간은 아직도 우리가 잘 나갔던 때로 고정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거대한 변화를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서서히 데워져가는 물 속에 있는 개구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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