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이 부산 가덕도도 아니고 경남 밀양도 아닌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으로 결론 났다. 이로써 수십년간 영남지역의 갈등을 부추겼던 문제가 일단락됐다. 정부는 김해공항을 단순 확장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새롭게 접근한다는 방침 아래 이름도 '김해 신공항'으로 짓고,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2021년 착공, 2026년 개항을 목표로 본격적인 개발계획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을 놓고 아직도 일부에서는 불만을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수긍하는 분위기다. 우선, 경제적으로 볼 때 가장 효과적이다. 요즘 말로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가장 좋다. 경제 외적인 측면에서도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분위기다. 최근 만난 지인은 평소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김해 신공항 결정에 대해선 "요즘 정부가 한 것 중에 가장 잘 한 일"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만약 정부가 가덕도나 밀양 중에 하나를 결정했다면 지금 이시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신공항으로 낙점받은 지역은 축제분위기일테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결정을 번복하라거나 결정 과정에서 의혹이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었을 것이다. 영남지역의 갈등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고, 국회에서는 소속 당을 떠나 모든 일을 팽개치고 대립의 각을 세웠을 것이다. 지역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나라 꼴이 엉망이 되고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이 칭찬받는 이유는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영남권 신공항의 결론이 났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도 실망도 없다. 아울러, 시작은 과거 정권에서 비롯됐지만 이번 정부에서 매듭을 지었다는 점에서도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
과거 정권에서는 이런 부담 때문에 영남권 신공항 선정을 계속 미뤄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어차피 정부 입장에서는 어디를 선정하든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욕 먹는 게 두려워 또 다시 다음 정부로 미뤘다면 시한폭탄을 계속 안고 살았을 것이다.
이번 영남권 신공항 선정을 보면서 또 다른 '정책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기대해본다. 바로 통신방송 업계의 핫이슈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이다.
이 이슈는 지난해 11월 두 회사가 M&A를 발표한 뒤 12월 정부에 M&A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7개월째 시간을 끌고 있는 사안이다.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뿐만 아니라 수많은 통신방송 업종의 기업들이 7개월째 거의 모든 업무를 중단한 채 각을 세우고 있다.
일상적인 일이야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 초부터 진행됐어야 할 새로운 사업계획들은 모두 '올스톱'돼 있다. 이런 사이 미국과 중국의 IT기업들은 지금도 기술을 개발하고 M&A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규제를 풀고 지원을 해도 모자란 판국에 발목을 잡고 있어서야 되겠나.
요즘엔 심지어 두 회사의 'M&A 무산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IT업계의 특성에 비춰볼 때 정부의 M&A 심사 지연으로 두 회사가 합치려고 했던 시너지효과가 갈수록 반감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그럴싸한 명분도 변명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번 영남권 신공항 결정처럼 욕먹는 걸 두려워말고 정부답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지금 통신방송 산업에 가장 필요한 건 '불투명한 정책결정의 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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