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왜 구조조정을 하는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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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왜 구조조정을 하는지 생각해보자

최종수정 : 2016-06-01 10:05:04
윤휘종 산업부장
▲ 윤휘종 산업부장

국가 보건정책에서 '최선의 정책'은 예방이다. 국민이 병에 걸려 수술하기 전에 미리 병의 징후를 예측하고 진찰해서 아예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면 국민 입장에선 아파서 고생할 필요가 없고, 가계를 휘청일 정도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좋다. 아픈 사람이 많으면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모로 손해이기 때문이다. 예방의학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구조조정도 이와 비슷하다. 기업이 병들어 수술을 하기 전에 징후를 파악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게 최선의 정책이다.

흔히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의 메스를 들었다"는 표현을 한다. 의사가 메스를 드는 것은 수술을 하기 위해서다. 메스를 들면 어찌됐든 환자는 고통을 받게 된다. 정부가 메스를 들어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종업원들은 어찌됐든 고통을 받게 돼 있다. 기업과 종업원들이 고통을 당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지금 정부가 주요 업종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업, 해운업이 1차 타깃이 됐다. 이들 업종은 한 때 잘 나갔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조선소가 몰려 있는 거제에는 "지나가는 개들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 때 풍요를 상징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구조조정의 폭탄을 맞아 전쟁터로 돌변했다. 이미 협력업체 직원들은 회사가 망하거나 사업을 대폭 축소해 길거리로 쫓겨났다. 이들에게 의지해온 가족들도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최근엔 대기업 직원들까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어 분위기가 흉흉하다.

조선업에 대한 '경고등'은 이미 수년 전에 감지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조선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한다며 수백군데의 기업들을 만들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세계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수출입 물동량이 줄었다. 해운수요가 급감했다. 선박들도 필요없게 됐다. 유가도 하락하면서 기름을 뽑아내는 플랜트 수요도 줄어들었다. 국내에 발주된 해양플랜트 취소가 이어졌다. 살을 빼라는 신호가 계속 온 것이다. 그

런데도 기업이나 정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했지만 아무도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결국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

지나간 과거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지금의 구조조정 과정도 참으로 엉성하고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가장 기본적인 구조조정 로드맵도 제대로 없다. 정부는 국책은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겠다는데,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없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데 국민에게 동의나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인 은행권이 주도하고 있다. 업의 특성을 잘 모르는 은행에 법원까지 껴서 구조조정을 하겠다니, 돌팔이 의사가 아픈 부위도 제대로 모른 채 메스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구조조정이 자칫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산업만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을 쪼개고 합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썩은 살은 도려내야 한다. 그러나 어디가 썩었는지, 얼마나 썩었는지 제대로 '진단'을 하고 메스를 대는지 우려스럽다.

지금 세계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에 있다. 사회 패러다임이 바뀌면 당연히 우리의 체질, 국가의 체질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구조조정이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인력감축' 또는 '산업축소'에만 매몰돼 있는 게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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