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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원/검찰

제2의 재벌 '법원'…법정관리 칼날에 협력사 "나 떨고 있니?"



법원이 파견한 법정관리 관리인의 권한이 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협력사와의 거래를 끊거나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도산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규모가 큰 대기업에 파견된 공동관리인의 경우 전문성 부족으로 오히려 경영만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법정관리와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총 1375개다. 12월분을 감안하면 약 1500건의 법정관리와 파산이 접수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관리하는 기업의 자산 합계만 12조3500억원에 이른다.

◆관리인 손에 '협력사' 목숨이

동부건설, STX조선, SPP조선 등 법정관리 중이거나 신청을 앞둔 기업의 협력사 '줄도산'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법원은 관리인을 파견한다. 관리인의 역할은 채권조사, 재산평가, 정리계획 입안·수정 등이다. 관리인은 이를 위해 재산의 관리·처분, 인사권 전반, 결재승인 등의 권한을 갖는다. 사실상 경영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주로 현 경영인과 공동 경영하는 방안을 선택하지만 이 또한 법원의 판단을 통해 관리자가 완전 경영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결재승인 권한을 가진 관리자로 인해 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 협력사들이 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STX 협력사의 한 직원은 "만일 오는 7월까지 대금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금리의 사채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라며 "법원이 파견한 관리자가 원하면 거래 자체도 끊을 수 있다고 들었다. 살자고 하는 법정관리를 통해 협력사들은 다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매각에 실패해 법정관리 신청을 눈앞에 둔 SPP조선의 직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SPP조선의 협력사 직원 김 모씨는 "거제에만 10만명이 넘는 사람이 협력사를 통해 먹고 산다. 관리자 한 사람에 의해 이들 모두의 생계가 위험에 빠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STX조선의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사들은 돈을 받을 길이 없다. 금융권에 대출을 받으려 해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 선뜻 승인해 주지 않는다.

경영권을 가진 관리자는 대체로 기업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스탭(생산자인 라인을 보조하거나 조언, 충고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리한다. 라인(생산자)도 최소화해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중소 협력사를 위한 배려는 없다. 재무구조 개편이나 구조조정도 특별한 기준 없이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서만 시행된다.

법원 관계자는 "CEO의 경영, 회사의 수익구조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파견한 관리자가 실질적인 경영을 맡게 된다"며 "관리자의 권한이나 재무구조 개선방법에 있어 특별한 기준은 없다.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한다"고 답했다.

◆'기업 망치기'에 '짜고치기'까지

법정관리인으로 파견되는 사람이 주로 법조계 인사인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다양한 법률문제를 다투고 있는 법정관리 기업의 특성상 변호사 등의 법조인들이 관리인으로 많이 파견되고 있다.

관리인과 기존 경영자의 마찰이 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법원이 언제든지 현 경영자의 자리를 관리인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경영자가 부재중인 기업에서는 회사의 고위 임원과 관리인간의 유착도 일어난다.

익명을 요구한 파산기업 대표는 "당시 내가 법적문제로 경영에서 물러나자 임원들과 관리인간의 유착이 일었다. 회사의 법정대리인도 관리자의 지인이 선정됐으며 뽑을 수 있는 돈은 다 뽑아갔다"며 "회사를 살리러 온 것이 아닌 확실히 죽이러 왔다. 피해자는 사주와 노동자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동명 전 한국법학회 회장은 "현재 관리인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기업에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빠지거나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관리기간동안 지위를 지킨다"며 "관리인의 권한은 줄이고 채권자의 의견을 높이 반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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