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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양치기들] 거짓이 일상이 돼버린 현대인의 우화

영화 '양치기들'./KAFA·CGV 아트하우스



장난으로 거짓말을 하는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늑대가 온다는 거짓말로 장난을 치던 양치기는 진짜 늑대가 나타나자 진실을 말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담은 우화다.

'양치기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빌려온 영화다. 양치기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야기를 통해 진실과 거짓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 장르이면서도 현대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건드리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완주(박종환)는 한때 주목 받던 배우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오디션에서 떨어지자 배우 일을 그만두고 역할대행업을 하며 살아간다. 애인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하루 동안 애인 역할을 해주고, 젊은 여대생과 어울리고 싶은 중년 남성을 위해서는 나이트클럽에 함께 가줄 친구 역할도 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완주는 한 중년의 여성으로부터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완주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 거짓 진술을 하라는 제안이다. 어머니의 수술비가 필요한 완주는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살인 사건 이면에 자신이 모르는 진실이 감춰져 있음을 알게 된 완주는 명함을 통해 여성을 다시 찾아가지만 그곳에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여자가 있을 뿐이다.

영화 '양치기들'./KAFA·CGV 아트하우스



영화를 연출한 김진황 감독은 실제로도 존재하는 역할대행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양치기들'을 기획했다.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짜임새 있는 플롯에서 나온다. 스타 배우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대신 '양치기들'은 이야기의 힘만으로 관객을 충분히 몰입하게 만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거짓의 악순환 속에서 영화는 관객의 허를 찌르면서 흥미로운 전개를 이어간다.

스릴러 장르를 통해 사회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완주가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관심은 범인의 정체에 있지 않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거짓이 어떻게 진실을 대체하게 되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거짓은 꼬리에 꼬리를 물듯 악순환처럼 이어진다. 영화는 진실이 아닌 거짓을 추구하며 솔직함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현대인이라고 날카롭게 꼬집는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누구도 진실을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제각각이다. 돈을 위해, 명예를 위해, 또는 쑥스럽다는 대단하지 이유로 사람들은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짓이 일상이 돼버린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완주는 오래 전 자신이 출연한 연극 '술래잡기'의 포스터를 바라본다. 지독한 거짓의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범인 없는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양치기들'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한 독립영화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그동안 '파수꾼'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 연출력이 뛰어난 신인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양치기들' 또한 작품성에 대한 믿음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영화다. 청소년 관람불가. 6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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