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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막연한 피해의식, 부정 언행으로 표출…강남 살인사건 '현상'으로 봐야"

시민들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를 찾아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서울 강남역 살인 사건의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핵심은 여성 혐오냐, 조현병(정신분열) 환자의 '묻지마 범죄냐'로 압축된다.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가 부른 과도한 경쟁 심리와 여성 등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냉대와 멸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폭발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 남성의 막연한 피해의식이 '여성 혐오'로 표출되고 있다며 이를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원인을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혐오 여부를 둘러싼 엇갈린 해석이 팽배한 가운데 사회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24일 이를 결론내기보다 폭넓은 '여성 혐오'에 대해 집중 조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행으로 결론냈지만 정신 질환역시 사회의 다양한 모순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단순히 정신병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남 살인사건 조현병 피의자 김모(34)씨가 밝힌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 범행했다"는 범행동기도 망상에서 기인했지만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게 봐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여성혐오를 반영한 정신 질환 환자들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비뚤게 해석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여성에 대한 경쟁 심리가 여성 탓으로 변질, 혐오로 확대되는 일련의 과정은 특히 인터넷을 통해 확대돼 왔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양성평등이 미진한 현실 속에서 여성들의 성공적인 사회 진출이 두드러지자 일부 남성들이 부정적인 언행을 통해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군 입대 문제가 결부되면 남성들은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을 크게 느낀다"며 "남성들은 자신들이 군 입대로 피해를 본 반면 여성들은 이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이 같은 불만이 군 가산점 등으로 갈등을 벌인 데 그쳤다면 지금은 이를 참지 못하고 언어폭력, 폭행,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까지 비화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는 "여자들 군 입대 시키는 게 최고의 복수", "여성 군 입대 합법화" 등 박탈감이 담긴 발언들이 즐비하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가지고 있는 자유경쟁에 대한 독특한 믿음이 깨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노 교수는 "남성들이 자유 경쟁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원인을 '무임승차'로 착각,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에 휩싸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법적·제도적 대안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안 해소와 성(性)인지 교육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히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행으로 결론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국가 차원의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여성에 대한 피해 의식이 분노로 확대돼 발생한 범죄"라며 "여성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면밀한 성(性) 인지 교육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신이 현재 느끼는 사회적 억압이 여성 탓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으며, 연대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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