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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곡성] 여전히 놀랍고 여전히 불편한 나홍진표 영화

영화 '곡성'./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여전히 놀랍고 여전히 불편하다. 나홍진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곡성'은 관객과 치밀한 게임을 벌인다.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는 인간의 믿음,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한 집요한 질문으로 관객을 현혹시킨다. 한 번 물면 쉽게 놓을 수 없는 매혹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미끼'다.

평온한 시골 마을에서 참혹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로 사건을 접한 경찰 종구(곽도원)는 일찍부터 현장에 갈 준비를 한다. 그러나 "밥은 먹고 가라"는 가족들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밥 한 숟가락을 뜨고서야 현장으로 간다. 종구는 참혹한 살인 사건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사건은 환각을 일으키는 버섯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가닥이 잡혀 간다. 그러나 사건을 둘러싸고 생겨난 여러 가지 소문 속에서 종구는 다른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소문의 중심에는 외지인이 온 뒤로 마을에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외지인이 일본에서 온 노년의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종구는 그 남자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무모한 수사에 나선다.

영화 '곡성'./이십세기폭스코리아



'곡성'의 출발은 나홍진 감독의 전작인 '추격자'와 '황해'처럼 스릴러의 분위기를 띈다. 그러나 영화는 종구의 딸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급전환된다. 스릴러로 출발한 영화는 오컬트와 호러로 장르를 절묘하게 바꿔간다. '곡성'이 지닌 영화적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이들 장르가 절묘하게 하나로 녹아들었다는 것이다.

나홍진 감독은 제작보고회 당시 "이번 영화는 빠르고 역동적인 장면도 있지만 기존 작품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장르적인 부분은 물론 스타일 면에서도 '곡성'은 전작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는 노련한 연출이 그렇다. 영화 곳곳에 담겨 있는 뜻밖의 유머도 전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요소들이다. 156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영화의 완성도는 나홍진 감독의 변함없는 연출력을 확인케 한다.

스타일의 변화만큼 영화의 주제도 한층 심오해졌다. 나홍진 감독은 "이전까지 가해자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피해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번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자 했다"고 '곡성'의 주제를 설명했다. 그 말처럼 영화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에서 사건의 피해자로 변해가는 종구를 통해 관객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관객 또한 종구를 통해 왜 평범한 사람이 피해자가 돼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된다.

영화 '곡성'./이십세기폭스코리아



몇 번의 반전 속에서 평범했던 종구와 그의 가족들은 늪에 빠진 듯 점차 비극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그리고 영화는 예상을 한참 빗겨나가는 결말로 관객을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트린다. 스포일러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이 결말은 그야말로 놀랍고도 충격적이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첫 공개된 뒤 나홍진 감독은 "피해자에 대한 접근을 하다 보니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도 납득이 안 갔다"며 "더 생각을 해보니 현실의 범주를 넘어선 것 같다"고 결말의 의미를 밝혔다. 누군가는 석연치 않은 영화의 마무리에 찝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희망의 가능성도 닫아버린 영화의 결말이 불편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곡성'이 이 모든 것을 주저없이 스크린 위에 펼쳐보인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 펼쳐보이며 관객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우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렇게 거부하기 힘든 미끼로 관객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있다.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전작에 비하면 직접적인 폭력의 표현은 줄어든 편이다. 그러나 영화의 정서는 전작 못지않게 강하다는 것을 염두에둘 필요가 있다. '곡성'은 오는 11일 개막하는 제69회 칸영화제 공식 섹션 중 하나인 비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았다. 5월 12일 개봉.

영화 '곡성'./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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