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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신격호 총괄회장, 그리고 성년후견인제도

김승중 유통&라이프 부장





신격호 총괄회장, 그리고 성년후견인제도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성년후견인' 제도가 각광받고 있다. 성년후견인제도는 질병, 장애, 또는 노령 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제약을 갖고 있거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주요한 의사 결정을 함에 있어 가정법원으로부터 선임된 후견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상속이나 부양 문제 등이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신능력에 문제가 생긴 노년층이 분쟁에 휘말려 인권을 침해 당하거나 버려지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요즘, 성년후견인제도는 노년층의 마지막 안전판이나 다름 없다. 이미 고령 사회의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일본에선 이미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제도다.

특히, 롯데家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성년후견인제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이 분쟁 종식의 마지막 열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이야 흔한 일이라지만 롯데 사건이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50년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방송과 지면에 등장하면서부터다.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분쟁 초기부터 '아버지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궤를 맞춰 방송, 신문, 온라인 SNS 등 가릴 것 없이 아버지를 노출시켰다. 판단능력 논란이 있는 아버지의 건강과 건재함을 증명해야 자기 주장의 정당성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50년간 외부 노출을 꺼린 입지전적인 인물이 수십 명의 기자들에 둘러 쌓여 질문을 받는 모습이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케이크 촛불을 부는 모습, 조치훈 9단과 바둑을 두는 모습까지 보니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현재 자신의 정신능력이 정상인지 아닌지, 그에 따라 성년후견인을 지정해야 할지 말지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누가 봐도 맨손으로 대기업을 일군 입지적 인물이 말년에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은 아니다.

신총괄회장의 법무를 대리하는 변호사에 따르면 신총괄회장은 얼마 전 예정되어 있던 정신 감정을 위한 병원 입원을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성년후견인 지정 1차 심리에서 제대로 서서 걷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법정으로 가 자신의 정신능력은 50대처럼 좋다며 항변하던 신총괄회장이 갑자기 마음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는 신총괄회장의 발언은 진정 자신의 진심일까? 신동주 전 부회장과 그 측근 이외에는 다른 가족조차 접근하기 힘들다는 롯데호텔 34층에선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신총괄회장 자신과 장남 신전부회장, 그리고 그 측근들만 알 뿐이다. 사실 진실게임보다 중요한 것은 12만 임직원의 터전이자 재계 5위 롯데그룹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선 그가 하루라도 빨리 병원으로 가 정신감정을 받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신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이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면서 성년후견인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날까 걱정이기도 하다. 신총괄회장의 여동생이 신청하고 부인과 딸, 차남 등 대부분의 가족이 동의한 성년후견인 지정이 장남의 독단적 반대에 막혀 두 번의 심리까지 열렸다. 정신건강에 대한 확신이 없는 신총괄회장이 스스로 거부하며 가장 핵심적인 절차인 정신감정 또한 연기되어 버렸다. 그리고 성년후견인 지정을 반대한 장남이 아버지의 지근거리에서 다른 가족의 접촉을 통제하고 있어 이것이 과연 신총괄회장의 진위인지 파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성년후견인제도의 도입 취지를 봤을 때 다수의 친족이 대상자의 안위를 위해 신청한 제도가 가족 한 명의 반대로 지연되고 막힌다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제도의 보완도 보완이지만 이번 사안이 성년후견인 제도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의치 않은 연기나 중단이 발생한다면 법원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 노년층이 마지막까지 자신의 인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 성년후견인제도다. 하지만 현재 신총괄회장의 모습이 명예로워 보이지 않은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sejkim@metroseoul.metr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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