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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탐정 홍길동] 의적 홍길동, '다크 히어로'가 되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CJ엔터테인먼트



홍길동은 조선 시대 실제로 활약했던 도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는 소설가 허균의 '홍길동전'으로 알려진 가상의 캐릭터로 각인돼 있다. 활빈당을 이끌며 탐관오리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에게 나눠준 의적이 바로 홍길동의 대표적인 이미지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 감독 조성희)에서 홍길동은 의적이 아닌 탐정으로 등장한다. 중절모에 정장 차림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느와르 영화에서나 볼법한 고독한 탐정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탐정 홍길동은 의적 홍길동과 달리 지극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안타깝게 죽은 어머니의 복수를 하는 것, 그것이 탐정 홍길동이 추구하는 목표다.

영화는 홍길동(이제훈)이 어머니의 원수인 김병덕(박근형)을 찾아 작은 시골 마을 명월리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홍길동은 김병덕이 누군가에게 납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김병덕의 손녀인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 자매와 함께 김병덕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비밀 조직 광은회의 정체와 함께 홍길동의 숨겨진 과거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홍길동을 다루는 것은 '탐정 홍길동'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영화들은 대부분 홍길동이 지닌 의적 캐릭터에 집중했다. 가장 최근작인 '홍길동의 후예'는 홍길동의 후손들이 의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설정을 다뤘다. 그러나 '탐정 홍길동'은 홍길동이 갖고 있는 의적이라는 이미지를 벗겨내고 자신의 기준으로 행동하는 '다크 히어로'로서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흥미롭다. 선과 악의 경계에 놓여 있는 홍길동의 활약이 영화 내내 묘한 긴장감을 전한다.

이는 조성희 감독 특유의 영화 색깔이기도 하다. 조성희 감독은 그동안 동화적 상상력과 세상의 냉혹한 단면을 모두 담은 영화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왔다. 집에 갇힌 남매와 이들을 찾아온 불청객의 이야기를 기이한 상상력으로 담은 단편 '남매의 집', 그리고 종말론적인 세계관을 독특하게 담아낸 독립 장편영화 '짐승의 끝'이 그러했다. 전국 7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늑대소년'은 조성희 감독이 상상력은 물론 대중적인 감성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탐정 홍길동'은 겉보기에는 '늑대소년'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그러나 영화를 잘 살펴보면 곳곳에서 닮은 점을 찾아낼 수 있다. 50~60년대를 무대로 삼았던 '늑대소년'처럼 80년대라는 과거를 무대로 삼는 점, 그리고 동화적으로 꾸며낸 가상의 공간이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그렇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중요한 소품으로 카라멜이 나온다는 것도 '탐정 홍길동'과 '늑대소년' 사이의 유사점이다.

분위기 뿐만 아니라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에도 닮은 구석이 있다. 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에서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50~60년대 한국사회의 단면을 일종의 생물 병기인 늑대소년으로 표현했다. '탐정 홍길동'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한국사회를 은유한다. 홍길동이 김병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광은회의 음모는 자연스럽게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 홍길동의 활약이 쾌감을 넘어 카타르시스까지 전한다. "세상에는 중요한 사람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대사가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영화를 보고 나면 홍길동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는 두 소녀가 마음에 남는다. 동이와 말순을 연기한 노정의와 김하나다. 특히 김하나는 천진난만한 연기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에 크고 작은 웃음을 더한다. '탐정 홍길동'은 조성희 감독의 재능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다만 그 상상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영화가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5월 4일 개봉.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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