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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박소정의 메트로 밖 예술세계로] (20)현대건축 개척자에 대한 오마쥬…회현역 신세계백화점, 클래스 올덴버그 '건축가의 손수건'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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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축물에 수반되는 공공미술과는 달리 공공장소에 들어서는 작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에 세워지다보니 호불호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심하면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 9월 청계천 복원을 기념해 청계 광장에 세워진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작품 '스프링(Spring)'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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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덴버그는 일상의 평범한 사물을 기념비적 크기로 확대시키며 유쾌한 발상을 이끌어내었다고 평가받는 팝아트의 대표적 작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스프링' 작품이 청계광장에 설치되는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뜨거운 찬반론을 불렀다. 그런데 광화문 청계광장과 그리 멀지 않은 명동에 또 다른 올덴버그의 작품이 있다. 4호선 회현역 9번 출구 신세계 백화점 신관 정문 우측 앞에 설치된 '건축가의 손수건(Architect's Handkerchief)'이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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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남성수트 윗주머니에 멋을 부려 꽂는 작은 손수건인 행커치프, 다른 말로 포켓스퀘어를 형상화했는데, '스프링' 작품만큼 크지는 않지만 그의 작업을 특징 짓는 대표적 요소를 충분히 담고 있다. 자그마한 손수건이 접혀 넣어진 포켓이 비현실적 크기로 확대되었고, 확대된 크기 외에 비스듬하게 설치된 기울기 또한 비현실적인 인상을 더해준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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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면 우윳빛 색상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손수건이 자유롭게 접혀있고, 검정색의 포켓은 구김없이 강직하게 서있다. 횃불 같기도, 흐트러진 겹겹의 꽃잎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작품을 위한 조명이 켜지는 야간에는 행커치프 특유의 격식, 우아한 기품이 배어 나온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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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덴버그는 20세기 현대 건축의 개척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절친했던 독일 출신의 미국 건축가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의 행커치프에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 이 건축가는 전통적인 고전주의 미학과 근대 산업이 제공하는 소재를 교묘하게 통합해 건축 사상 한 시대를 여는 중요한 구실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그런 그도 유독 패션에 있어서는 늘 과하지 않은 세련됨을 추구하며 항상 가슴에 행커치프를 꽂고 다닌 것으로 유명했다. 올덴버그의 손수건은 위대한 건축가에 대한 오마쥬인 셈이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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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거치프는 손(Hand)이라는 단어와 사각형이나 장방형의 천으로 만들어진 두건(Kerchief)이란 단어의 조합이다. 본래는 유럽에서 귀족들이 라이프 스타일과 신사적인 행동들을 반영 시켜 사용하던 실용적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행커치프는 남성들이 수트에 자신의 이미지와 격식 그리고 개성을 담기 위해 포인트를 주는, 작지만 큰 효과를 내는 패션 아이템이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 사진=류주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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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은 신세계 본점과 롯데 본점의 백화점 양대 산맥을 중심으로 한국의 패션을 선도하는 곳이다. '스프링'과는 달리 작품의 위치가 적절하냐는 찬반 논란은 없었다. 사실 작품이 처음으로 설치된 자리는 백화점 정문이 아니었다. 신세계 백화점 6층의 트리니티 가든에 설치되었다가 이동한 것이다. 그로 인해 백화점 고객들 뿐아니라 일대를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올덴버그의 작품을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신세계백화점 6층 트리니티가든에 설치된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 알렉산더 칼더의 'Le Cepe', 제프 쿤스의 'Sacred Heart', 루이스 부르주아 의 'Eye Benches III', 호안 미로의 '인물상', 헨리 무어의 'Recling Figure : Arch Leg'(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신세계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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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백화점 소장 작품을 관리하고 있는 신세계 갤러리측 관계자는 "패션의 1번지라고도 불리는 명동에서 세계적인 작가의 일상 패션 소품의 예술화를 재미있는 시선으로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소정 객원기자.



글 : 큐레이터 박소정 (info@trinityseoul.com)

사진 : 사진작가 류주항 (www.mattr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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