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직장생활 힘들다는 게 사치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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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직장생활 힘들다는 게 사치인 세상

최종수정 : 2016-04-27 18:05:07

직장생활하기 힘들다. 윗사람 잔소리 듣기도 싫고 눈치 보는 것도 지겹다. 거래처 사람들은 내 생각대로 안 풀리고 계속 꼬여만 가는 것 같다. 밥 벌어 먹고 사는 게 정말 힘들게 느껴진다. 차라리 혼자 조용한 곳으로 잠적해버리고 싶은 욕망도 생긴다. 회사고 가정이고 다 팽개치고 훌쩍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회사를 때려치고 가게나 차릴까 생각도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얼마나 더 살아야 하나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요즘 시대엔 사치인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의 쓰나미가 우리에게 아주 빠른 속도로, 아주 거대하게 몰려오고 있어서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쓰나미는 시작됐다. 저 멀리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게 보인다.

한 때 국내 최대 조선업체이자 전 세계 조선산업을 호령했던 현대중공업은 2014년 기준으로 4만1059명이었던 임직원들이 올해 3월 현재 3만3317명으로 7742명이나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까지 2300여명의 인력을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삼성중공업도 1500명 이상이 감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걱정스럽게도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현대중공업은 3월 기준으로 1만2000여명에 달하는 해양플랜트 인력을 연말까지 5000여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아직도 7000여명이 더 짐을 싸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직원들은 이미 해고의 한파에 내몰렸다. 지난해 70여개의 하청업체가 폐업 등의 단계를 밟고 있다.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의 하청업체들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해운업계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감원이 예상된다. 정부와 채권단은 회사를 살리려면 강력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주주와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저런 자구책 가운데 인력감축이 빠질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거리로 내몰릴지 모른다.

조선·해운업종을 시작으로 철강·건설·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별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올해 하반기까지 구조조정이 계속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인력감축에 사업부문 또는 회사 매각 등 극단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몸통을 살리기 위해 팔다리를 자르는 아픔도 불사할 자세다.

그 동안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했던 수많은 월급쟁이들이 구조조정의 공포에 떨고 있다. 중소기업체 종사자들은 세상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조용히 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있는 것이다.

문득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가 생각난다. 그 당시도 수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자리를 잃고 헤맸다. 지금은 그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외환위기를 겪은 뒤 우리나라는 닷컴열풍을 시작으로 비교적 고성장을 누렸다. 산업의 거대한 지각이 변하면서 실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성공적으로 변신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세계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구조조정을 한 뒤에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나마 밥벌어먹을 수 있는 직장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라며 위안을 삼아야 하는 현실이 우울하다.

/윤휘종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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