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모모플로라' 이미옥 플로리스트와 함께 한 꽃시장

새벽 꽃시장의 '모모플로라' 이미옥 플로리스트./메트로 손진영



"싱그럽고 예쁜 꽃들을 만지는 게 일이라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직업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꽃이 신선함을 유지하려면 줄기가 항상 물 속에 담겨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로인한 고충이 많아요.(웃음) 손 관리에 소홀하면 습진은 기본이고, 베이는 일도 허다하고요. 우아하고, 사치스럽게 보일 수 있겠지만, 꽃을 만지는 플로리스트는 결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천에 거주하는 '모모플로라' 대표 플로리스트 이미옥(31) 씨는 새벽 4시 30분, 일찍이 자동차 시동을 건다. 고속터미널 꽃시장을 가기 위함이다. 해가 뜨기 전이라 고속도로는 어둠 그 자체이지만, 과감하게 속도를 냈다.

"꽃집을 오픈하고, 처음에는 지하철을 타고 꽃시장에 갔어요. 꽃과 소품들을 구입하고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탔죠.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날이 갈수록 운전을 배워야 겠구나 싶었어요. 고속도로 처음 탔을 때요? 등에 식은 땀이 났죠. 가뜩이나 미숙한 운전실력인데 어둡기까지 하니까요.(웃음)"

5시의 고속터미널 꽃 시장은 대낮처럼 환하고, 상인들과 물건을 사러온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이미옥 씨 역시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꽃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보통 2~3일 정도 사용할 꽃들을 고르기 때문에 그 양도 어마어마하다. 많이 구입해도 당일 구매 고객이 많으면 다음날 꽃시장을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일주일에 2~3번, 꽃시장에 가는 편이에요. 새벽 4시쯤에 기상하는데, 오기까지는 정말 피곤하고, 가기 싫고, 늦장부리고 해요. 그렇지만, 이곳에 도착하고나면 그런 생각들이 싹 사라져요. 이렇게 이른 새벽에 많은 분이 일하고 있는 광경을 보면 저도 모르게 화이팅하게 되더라고요. '저렇게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나도 더 분발해야겠다'하는 마음이 절로 생기죠."

플로리스트 경력 10년차인 이미옥 씨는 꽃시장 곳곳을 꿰뚫고 있다. 자주 가는 원예집 사장님과는 언니 오빠 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를 자랑했다. 오랜 기간 같은 업계에 종사하다보니 가끔은 동기들을 우연히 만나는 행운이 오기도 한다.

"꽃시장은 자정에 개장해서 오후 1시에 폐장해요. 새벽 1~2시는 각 지방의 꽃 도매상이 트럭채로 물건을 떼가고, 저와 같은 개인 사업자는 4~7시 사이에 와요. 10~11시는 꽃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이 많이 사가고요. 그래서 비슷한 시간대에 오다보면 오랫동안 안부 모르고 지내던 반가운 얼굴들도 마주치죠. 얼마나 반갑다고요."

꽃을 판매하고, 구매하는 사람들 외에도 정체 모를 아저씨들이 많았다. 바로 용달 아저씨다.

"꽃 이외에 화병, 화분, 리본 끈, 철사 등 소품까지 사다보면 너무 무거워서 혼자서는 절대 들 수 없는 양이 되거든요.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았다가 용달 아저씨에게 갖다주면 아저씨가 물건을 거둬서 주차장 차까지 배달해주세요. 용달 아저씨께는 항상 감사함을 느끼죠. 그리고 새벽 3시 쯤에 일찍 오면 냉장탑차가 주욱 대기하고 있거든요. 각 지역으로 보내는 꽃을 실어가는 차인데 용달 아저씨들이 본인 체구보다 훨씬 큰 짐을 끌고 운반하세요.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오죠."

계절별로 새롭게 나오는 꽃을 보면, 예상했던 것들보다 더 많은 꽃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미옥 씨는 이날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장미와 소재(유칼리투스, 왁스플라워, 설유화, 팥꽃)를 구매했다. 체구보다 훨씬 큰 꽃더미를 이고도 그녀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플로리스트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업 중 하나다. 꽃과 소품의 무게가 상당하고, 옮기는 작업을 반복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옥 씨 역시 웨딩장식을 하던 중 허리디스크가 왔고, 그때의 리스크로 웨딩 일을 포기해야했다.

"좋아하던 웨딩 장식을 할 수는 없게 됐지만, 학생들을 만나서 수업을 하고, 꽃을 보면서 미소 짓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 그때 보람을 느껴요. 나에게도 꽃은 물론 예쁘지만, 학생들은 꽃으로 위안을 얻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는 본인이 꽃을 보려고 꽃을 사가는 분들이 있어요. 행복을 판매한다고 생각하면 뿌듯함이 엄청나죠."

플로리스트는 이전부터 항상 유망직종에 들어있던 직업이다. 이미옥 씨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꽃을 만지는 직업이 각광받기에는 먼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세상이 더 각박해지고 빨라지면서, 슬로라이프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꽃을 접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새벽의 어두움이 어느덧 사라져갈 때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빨리 가서 꽃잎과 가시들도 제거하고, 물올림을 해야 싱싱함이 오래가요. 그리고 시간을 더 지체하다가는 차가 밀려서 시간 내에 도착을 못할수도 있거든요. 오늘 하루도 '꽃' 같은 하루 보내세요."

새벽 꽃시장의 '모모플로라' 이미옥 플로리스트./메트로 손진영



새벽 꽃시장의 '모모플로라' 이미옥 플로리스트./메트로 손진영



새벽 꽃시장의 '모모플로라' 이미옥 플로리스트./메트로 손진영



새벽 꽃시장의 '모모플로라' 이미옥 플로리스트./메트로 손진영



새벽 꽃시장의 '모모플로라' 이미옥 플로리스트./메트로 손진영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