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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향기편편6] 작은것도 소홀히 하지 말라

쥬스타브 모로 작 헤시오도스와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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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는 호메로스와 거의 같은 시기를 살았다. 호메로스가 트로이전쟁을 소재로 한 와 를 쓴데 비해 헤시오도스는 그리스신들의 계보를 다룬 을 짓고 노동의 신성함과 가치에 대해 쓴 을 남겼다.

은 헤시오도스가 동생 페르세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인류의 역사를 황금시대부터 철의 시대까지 5시대로 나누고 시대가 바뀌어 가면서 인간이 타락했다는 줄거리이다. 이렇게 타락한 시대에 구원의 길은 정의와 노동에 있다고 헤시오도스는 강조한다. 정의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도시는 번창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신의 마음에 들기 때문에 노동은 축복이라는 것이다.

헤시오도스는 갖고 있는 재산에 알맞게 불멸의 신들에게 제물을 받치고 친구를 식사에 초대하며 좋지 않은 이익을 추구하지 말라고 동생 페르세우스에게 충고한다. 또 무엇이든 꾸준히 축적해 두면 기근 같은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비록 적더라도 꾸준히 쌓아두라고 이른다.

"자네가 갖고 있는 것이 작고 또 거기에 작은 것이라도 보태고, 또 그렇게 자주 하기만 한다면, 그것은 커질 것이네."

헤시오도스는 무엇이든 적당히 갖고 있을 때 절약하고 아들은 많으면 걱정이 많아지니 하나만 낳으라는 '충고'까지 곁들인다. 헤시오도스가 작은 것이라도 착실하게 모으라고 강조한 것은 훗날 플라톤이 이어받는다. 플라톤은 낱말 또는 이름의 올바름에 관해 탐구한 저서 에서 헤시오도스의 이 말을 인용하면서 낱말의 탄생에 관한 이론들의 타당성과 문제점을 검토한다. 그런 과정에서 크라틸로스는 헤르모게네스에게 문제의 검토를 위해서 생각하는 바를 주저없이 제시하라고 권고한다. "비록 누군가가 작은 것에 작은 것을 보탤지라도 유익한 일"이라면서.

헤시오도스나 플라톤의 작품에 나오는 이런 말들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우리말 속담과도 비슷하다. 작은 것이라고 소홀히 하지 말고 착실히 쌓으라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 태종의 치적을 다룬 에도 같은 취지의 고사가 등장한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의 태자 이승건(李承乾)은 배우기를 소홀히 하고 사냥과 사치에 빠져들었다. 이에 스승을 맡은 신하들이 간언을 올려 행실을 고치라고 호소했다. 스승 가운데 1인이었던 장현소(張玄素)가 상소를 올렸다. 천도를 어기면 백성과 신령으로부터 저버림을 당할 것이라면서 과 등 여러 경전을 인용해 예절과 법도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쳤다. 사냥에도 예절이 없으면 바른 법도를 훼손한다고 타일렀다. 장현소는 삼국시대 유비(劉備)가 죽기 전에 아들 유선(劉禪)에게 한 말을 들어 태자를 깨우쳐 주려고 했다.

"악행이 작은 것이라고 해서 고치지 않거나 선행이 작다고 하여 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화나 복도 모두 작은 것이 쌓여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스승 장현소는 태자에게 사냥을 좋아하는 악습을 기르면서 장차 어떻게 국가의 일을 다룰 수 있겠는지 물었다. 스승의 거듭된 간언에도 불구하고 태자 이승건은 행실을 고치지 않았다. 도리어 노비를 시켜 조정에 등청하는 스승을 채찍으로 때려 반죽음상태에 이르게 했다. 사치도 날로 더해갔다. 권세를 함부로 휘둘러 죄없이 사람을 죽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스승의 간언은 중단되지 않았다. 급기야 태자는 자객을 보내 스승을 살해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태자는 아버지 태종이 총애하던 동생 이태를 죽이고 강제로 황제자리를 선양받으려고 음모를 꾸몄다. 그러나 음모는 사전에 발각됐고 태자 이승건은 폐출돼 유배됐다. 작은 악행이 쌓인 결과이다. 스승은 작은 간언이라도 부단히 한 반면, 태자 이승건은 이를 거듭 뿌리치고 악행만 더해간 끝에 스스로를 망친 셈이다. 작은 것이라도 소중히 한 것과 무시한 결과가 이토록 다르다. 그 차이가 지옥과 천국 만큼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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