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주파수 경매가 4월 말부터 시작된다. 최초 입찰가격이 2조5000억원에서부터 시작돼 최대 4조원을 넘어갈 수도 있다는 예상이 제기되면서 쩐의 전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통신업체들이 주파수 경매를 하던 말던 큰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주파수 자체가 일반 소비재가 아닐 뿐더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주파수가 뭔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파수 경매 결과에 따라 우리 생활이 바뀌고 우리 직장이 바뀐다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누가 어떤 주파수를 갖느냐에 따라 통신요금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으며 우리가 다니는 회사의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주파수 경매를 '그들만의 리그'라며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경매 가격이 예전보다 비싸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2.1㎓ 대역의 20㎒ 주파수는 1㎒당 가격이 2013년의 주파수 경매가격보다 1.6배 비싸다. 이번 주파수 경매의 또 다른 구간인 2.6㎓보다는 2.3배 가량 높게 산정됐다. 물론, 여러 사업자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에 최초 가격을 높게 잡았겠지만, 그만큼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주파수 경매 가격이 비싸졌다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주파수를 확보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 이 주파수를 활용하기 위한 투자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 투자가 끝나는 시점에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한 '진짜 투자'에 착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주파수 경매를 주관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경매 이후 주파수를 할당받게 되면 해마다 순차적으로 전국에 기지국 건설 등의 추가 투자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총 5개 주파수 대역 가운데 3개 구간에는 향후 4년까지 전체 투자 대상 기지국의 65%인 6만8900개를 건설하도록 했다. 나머지 2개 구간에 대해서는 향후 4년까지 전체 투자대상의 40%인 4만2400개의 기지국을 건설하도록 조건을 걸었다. 미래부에서는 이를 통해 약 6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를 많이 하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할텐데 뭐가 문제냐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4년 뒤면 2020년, 즉 5G가 시작된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5G 시대에 투자하기 위한 '총알'을 확보해야 하는데 4G용 주파수에 6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자마자 그렇게 투자한 통신망이 쓸모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통신업체 입장에서는 한 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의 성장세가 꺾여 투자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주파수 경매비용에 투자비까지 10조원 가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과 연계해 '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5G에 대한 투자는 엄두도 못 낼 판이다.
물론, 업체들은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든 5G용 투자비를 마련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품질이 나빠졌다고 통신업체들 욕을 하기보다 이번 주파수 경매 정책이 과연 제대로 수립된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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