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빼곡한 점포·낙후된 편의시설…'디자인 특구'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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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빼곡한 점포·낙후된 편의시설…'디자인 특구' 무색

최종수정 : 2016-03-16 20:02:23
동대문 상권의 전경. 두산타워와 밀레오레, DDP에 가려 낙후된 재래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성현기자
▲ 동대문 상권의 전경. 두산타워와 밀레오레, DDP에 가려 낙후된 재래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성현기자

16일 찾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두산타워가 마주보는 서울 중구 을지로6가는 여느 때와 같이 사람들로 붐빈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서는 일본어·중국어·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DDP, 롯데피트인, 밀리오레, 두산타워, 현대아울렛의 유동인구는 명동과 같을 정도다.

'제2의 명동'이라 불리는 동대문 시장의 활기가 넘쳐났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존재하는 법이다. 소상공인이 주를 이루는 평화시장, 통일시장, 패션시장 등은 한산하기만 하다. 좁고 환기가 안 되는 상가 내부에는 몇몇의 외국인이 호기심으로 방문하거나 도매상인이 대량의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흥정을 하는 모습뿐이다.

사람 한명이 간신히 지나가는 평화시장 상가 통로는 방문 고객들에게 불쾌감만 준다. 앞쪽에서 상품을 고르는 사람이 있다면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대여섯 번의 "실례합니다"를 말하고 나서야 간신히 상가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모자를 판매하는 상가상인 최모씨는 "건물주의 입장도 있고 해서 사실상 통로를 넓게 쓰기 힘들다. 우리로써는 이정도 규모의 매장 임대료도 간신히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간 확장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말했다.

좁기한 평화시장 상가 통로. 사람 한명 이상 지나가기 힘든 넓이다. 김성현기자
▲ 좁기한 평화시장 상가 통로. 사람 한명 이상 지나가기 힘든 넓이다. /김성현기자

상가를 막 빠져나온 중국인 관광객에게 상가를 다녀온 느낌을 물었다. "쇼핑을 하기보다는 물건을 정해놓고 사러 가는 곳 같다"며 "답답해서 나오는 생각만 했다"고 능숙한 한국말로 답했다.

패션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나름 경쟁력있는 디자이너들은 두산타워, 롯데피트인 등에서 이름을 떨치지만 이제 막 시작한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조차 잡기 힘들다. 익명을 요구한 신인 디자이너는 "어느 정도 경험과 실력을 쌓은 디자이너들은 이곳을 떠나 대기업의 쇼핑몰로 이동한다. 시너지를 만들어낼 틈도 없다. 디자이너의 진출 기회가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한 명 한 명 떠날 때마다 이곳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약 25개 상가에 3만5000명의 패션 중소상인들. DDP, 현대아울렛, 두산면세점 등이 들어서면서 대형 쇼핑몰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정비되지 않은 동대문시장의 중소상가를 찾는 고객수는 줄어들고 있다.

동대문패션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쇼핑몰이 들어서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의문만 든다. 우선은 시장 정비가 시급하다. 낙후된 설비와 정리되지 않은 상가는 더 이상 고객을 유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동대문 시장은 중소기업청이 주도한 전통시장 특성화 사업인 '2016년 글로벌 명품시장' 사업에 선정됐다. 평화·신평화·남평화·남평화·광희패션시장 등 8개 시장을 DDP와 연결해 관광명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인도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쓰레기 트럭. 근처에는 쓰레기 봉투가 여기저기 놓여있다. 김성현기자
▲ 인도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쓰레기 트럭. 근처에는 쓰레기 봉투가 여기저기 놓여있다. /김성현기자

서울시 중구청은 전통시장의 장점을 살려 향후 3년간 동대문 시장 발전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설 보수와 시장 정비 사업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구청 관계자는 "정비사업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발생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때문에 정비사업보다는 시장 특성을 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후화된 시장 정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예산편성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두산그룹은 동대문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억을 내놓는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 30만명, 연간 약 71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동대문 시장. 명동과 함께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지만 낙후된 모습은 개선될 기미조차 없다.

사람들로 붐비는 동대문 밀레리오레 정문. 하루 평균 30만에 달하는 유동인구에도 전통시장과 상가를 찾는 사람은 줄어드는 추세다. 김성현기자
▲ 사람들로 붐비는 동대문 밀레리오레 정문. 하루 평균 30만에 달하는 유동인구에도 전통시장과 상가를 찾는 사람은 줄어드는 추세다. /김성현기자

평화시장 관계자는 "시장을 새로 만드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화장실 하나, 페인트칠 한 번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해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외국인에게 비춰질 동대문 시장의 차별화된 모습이 낙후된 시장 환경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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