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피도 눈물도 없는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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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피도 눈물도 없는 알파고

최종수정 : 2016-03-17 08:30:36
윤휘종 기자
▲ 윤휘종 기자

먼 훗날, 인류역사에 '2016년 3월 9일'이 어떻게 기록될까 궁금하다. 3월 9일부터 15일까지의 일주일은 인간의 대표와 인공지능 간의 '세기의 대결'이 벌어졌다고 기록될 것이다. 인간 입장에서는 "인간이 기계에 역습을 당했다"거나, "그래도 인간이 승리했다", "인공지능은 바둑의 아름다움을 몰랐다"고 쓸 것이다. 그런데 만약 먼 미래에, 혹시나 인공지능이 역사를 쓰는 시대가 된다면 전혀 다른 해석을 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만천하에 공식화한 날", "지구 역사에 인류가 지고 인공지능이 주인으로 공식 데뷔한 날"이 될 것이다.

사실, 이번 대국을 지켜보면서 대다수의 보통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다. 만약 저런 인공지능에 무쇠팔, 무쇠다리가 결합된다면?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드론에 저런 인공지능을 얹으면? 이런저런 상상을 자극하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 첨단 기술이 지배할 미래에 대한 공포를 상상하게 했고, 나(인간)보다 더 뛰어난 존재가 등장한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특히 인공지능보다 못한 지능과 신체를 갖고 있는 일반인들의 공포와 불안은 더 심했다. 머리는 똑똑한데 아프거나 집안일 때문에 월차를 내겠다는 인공지능은 없을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끔찍한 경쟁자가 생긴 것이다. 저런 기계가 앞으로 내 일자리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대체한다고 상상하면 정말 소름이 끼친다.

인간보다 더 우월한 지능이 이제 막 알에서 깼다. 인공지능의 개발은 이번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더 탄력받을 것이다. 구글을 비롯해 자동차, 전자, IT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들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인공지능 개발에 나설 것이다. 이미 우리 미래창조과학부는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예산까지 배정했다.

이번 대결을 계기로 첨단기술의 융·복합도 가속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영역으로 분류됐던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고도의 추리와 판단이 필요한 전문적인 영역에도 인공지능이 도입될 것이다. 입력한 정보만 계산하는 컴퓨터 수준을 넘어서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고 추론하는 능력까지 검증됐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적용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할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장점들도 많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부분도 많다. 그 중 하나는 인공지능에 '감성'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대뇌)는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좌뇌와 감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우뇌로 구성돼 있다. 좌뇌와 우뇌는 뇌량이란 신경다발로 연결돼 있다. 인간은 좌뇌와 우뇌가 서로 정보를 교류하며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한다. 냉정한 판단에 주관적 감정이 개입되는 것도 좌뇌와 우뇌가 서로 협력한 합작품이다. 이번 바둑대결만 보더라도 인간들은 이성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한 뒤 '감성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 팩트만 보면 인공지능이 인간과 대결해 4대1로 이긴 것인데, 대다수 사람들은 '그래도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거나 '아름다운 싸움이었다' 등등의 우뇌적인 표현을 한다.

하지만 알파고는 우뇌의 기능을 하는 부분이 없다(아직까지는). 똑똑하긴 한데 감정이 없다. 그래서 무섭다. 저런 알파고가 법관이 된다면 과연 '정상참작'이란 걸 해줄까? 경찰이나 의사가 된다면 인간만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공감할 수 있을까? 만약 교사가 된다면 공부 안 하고 딴짓하는 학생들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스승이 될 수 있을까? '머리는 차게, 가슴은 따뜻하게'란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래저래 이번 알파고의 등장은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들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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