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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노량진 수산시장 마지막 날…대체 어디가 시장이죠?

15일 오전 7시 50분 노량진수산시장 전경./채신화 기자



상인들 "좁아진 면적, 높은 임대료 해결해 달라" vs 수협 "이미 협의한 내용, 강행하겠다"

15일 오전 7시 50분, 노량진 수산시장 점포 곳곳에 빈자리가 보인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 시간은 0시부터 24시까지로, 이쯤 되면 장사를 시작하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쭉 늘어선 상점들 사이 빠진 이처럼 문 닫은 점포가 군데군데 있었다.

현대화 건물로의 입주 때문이다. 이를 둘러싸고 최근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과 수협중앙회간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일부 상인들은 현대화 건물로 입주를 시작했다. 갈등의 내용으로는 '면적의 축소'와 '높은 임대료'가 골자다.

상인 일부가 아직 기존의 시장에 남은 가운데, 수협은 16일 경매 등 신축 시장 운영을 강행했다. 사실상 노량진수상시장의 공식적 영업은 이날로서 막을 내리는 셈이다. 아울러 상인들은 수협에 맞서 싸운다는 입장이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갈등 증폭과 운영 파행이 예상되고 있다.

오전 10시, 현대화 건물로의 입주를 반대하는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이 집회에서 푯말을 들고 있다./채신화 기자



◆노량진 수산시장을 물들인 '빨간 물결'

수산물을 늘어놓고 생선에 물을 뿌리던 상인 A씨가 입은 붉은 조끼 양 가슴에는 '단결'. '투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연신 호객 행위를 하던 A씨는 오전 내내 허탕을 쳤다면서도 집회 준비에 나섰다.

A씨는 "나 같은 소매인들은 현대화 건물로 이주하면 임대료 낼 돈도 없고, 장소도 비좁아서 장사하기 더 힘들다"며 "장사도 안 되는데 집회 갈 준비나 해야겠다"고 말했다.

'면적' 문제는 수협과 수산시장 상인들 간 최대 쟁점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상점의 면적이 약 10~13㎡(3~4평)에 비해, 새 건물은 약 5㎡(1~2평)에 불과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수협 측은 "상인들이 말하는 기존의 면적은 통로까지 포함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면적은 동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 또한 문제로 꼽힌다. A등급 점포의 경우 임대료는 현재 월 29만원에서 71만원, B등급은 25만원에서 47만원, C등급은 22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된다. 수협 측은 "지난 3년간 임대료를 동결한데다, 냉난방이 완비된 첨단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임대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상인들과 20차례 이상 합의한 것으로, 평균 임대료의 80% 수준에서 합의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상인들은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현대화건물 앞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2시가 넘어서까지 정례 집회를 연다.

화요일인 이 날도 어김없이 오전 9시부터 시장 한 가운데 집회를 알리는 봉고 트럭에서 노래가 쩌렁 쩌렁 울려 퍼졌다. 9시 30분, 빨간 조끼를 입은 상인들이 현대화 건물 앞에 모였다.

16일부터 운영되는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건물 내부 모습(왼쪽), 상인들의 입주를 위해 시설 공사 중인 모습(오른쪽)./채신화 기자



◆텅 빈 새 건물…상인들 입장 엇갈려

상인들이 모인 현대화 건물은 외관부터 소위 '삐까뻔쩍'했다. 지하2층, 지상 6층으로 이뤄진 이 건물에서 상인들이 쓸 수 있는 공간은 1층과 2층. 하지만 이곳에서 입주 준비를 하는 상인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입주를 준비 중이던 상인 C씨는 "면적 때문에 말이 많은데, 사실 사용 면적은 전과 동일하다"면서도 "다만 활용성이 낮은 것이 문제인데, 통로가 좁고 짐(수산물 등)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싸우더라도 현대화 건물에 들어와서 싸워야 한다"며 "일단 들어와서 장사도 해 보고 생활도 해 보고 싸워야지, 해 보지도 않고 진을 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맞은편에서 입주 준비를 하던 D씨도 거들었다. "나도 (C씨와) 같은 생각인데, 우리처럼 비대위랑 입장이 다른 상인도 꽤 있다"며 "한 달 정도는 공친다고 생각하고 일단은 옮겼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의 시장에서 소매업을 하고 있는 E씨는 전혀 다른 입장이었다.

동료와 목소리를 높이며 불만을 토로하던 E씨는 "이전에는 (상점 면적을) 넓게 썼는데, 그걸 갖다가 이렇게 만들어 놓는다는 건 소매상들 죽으라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함께 있던 F씨도 "입주한 상인도 양다리를 걸치는 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들어왔다고 들었다"면서도 "그래도 지금 제일 힘든 사람은 소매상이다. 매출 8억원의 도매상들은 어떻든 우리보다야 상황이 낫지 않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수협 측은 이같은 상황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는 2005년부터 10년 넘게 추진한 것으로, 상인들이 원하는 대로 졸속 처리하기 어려운 사항"이라며 "면적 문제나 임대료 문제 등은 지금의 비대위원장이 2009년 합의 하에 계약서에 서명했던 건데, 이제 와서 갑자기 말이 바뀌니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도, 소매 상인들 절반 정도로 이주했는데 당분간은 영업 준비 등으로 혼선이 있을 것"이라며 "16일부터는 기존의 시장에서 영업을 하면 불법 점유로 취급해서 강경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량진 수산시장은 지난 1971년 개설 후 40년이 지나 노후화에 따른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제기돼 2012년부터 현대화사업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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