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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정치 혐오증은 아이러니

[김민의 탕탕평평] 정치 혐오증은 아이러니

김민 동시통역사·전 대통령 전담 통역관



그야말로 정치의 계절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이합집산과 공천권 싸움이 한창이다. 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에 가깝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불쾌한 상황에 직면하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외면하든지 무관심하기 마련이다. 정치를 온전하게 배제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야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의 자식이다. 서로 공존하며 살아갈 때만이 개인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당장 사람이 서너 명 이상만 모이면 필연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정치다. 그래서 사람은 일생 동안 정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태어나면 우리는 가족들 사이에서 처음 정치를 접한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씩은 '엄마아빠가 헤어지면 너희들은 누구와 살고 싶냐'라는 곤란한 질문을 받는다. 엄마와 살고 싶다는 아이도 있고 아빠와 살고 싶다는 아이도 있다. 필자는 그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아봤는데 항상 대답은 같았다. 난 누구하고도 살지 않을 것이며 동생만 데리고 살겠노라며 눈시울을 적시며 말이다. 어린 아이의 감정에 기초한 순수한 대답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나키(anarchy·무정부 상태)'라는 정치적 상황을 주장했던 셈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이 있다. 무촌이라고 할 만큼 일심동체인 부부 간에도 분쟁과 갈등 및 화해와 양보, 타협과 조율이 항상 존재한다. 이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행위도 곧 정치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왜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고 때로는 동료와 다투거나 필요 이상의 경쟁을 해야 할까. 속으로는 원하지도 않으면서 상사와 동료에게 드링크나 커피를 건네야 하고 자신을 필요 이상 낮춰야 할까. 시키지도 않는 일을 마치 즐거운 듯 미소까지 띄워가면서 자발적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애쓰는 것일까. 결혼생활의 유지나 직장에서의 승진은 분쟁과 다툼, 화해와 협력내지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결혼생활, 직장생활에서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노출돼 있고, 매일 정치를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또 타인들로 하여금 나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하고 자연스레 내 존재감을 인정하게 함으로써 내가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삶에서 정치행위를 한다.

유권자들이 혐오하는 정치는 이런 일상 속 정치의 확장이다. 우리들 각자는 태생이 다르고 성장하고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끼며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들이 다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그런 다양하고 상이한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국가라는 큰 울타리를 이루고 그곳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나와 다른 모든 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협과 협상, 양보와 이해라는 구심점을 찾아가야 한다. 국회는 우리의 가치와 생각을 대신해 구심점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런데 정치가 싫고 관심도 없다? 얼마나 우리들의 아이러니한 모습인가.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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