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얼굴의 깊이를 그리다-정운식

'사람의 얼굴에는 세상 모든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소이다.'

영화 '관상'에서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송강호)가 했던 말이다. 우리는 흔히 얼굴을 '마음을 담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이십대까지의 얼굴은 부모님이 물려주신 선물이라면, 삼십대 이후의 얼굴은 내가 만들어나가는 거울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초상화를 그리는 이유 또한 사람의 얼굴에는 보고 또 봐도 계속 끌어낼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몽마르트의 화가 모딜리아니는 초상화만을 줄곧 그리다 세상을 떠났고, 아픈 상처를 가진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도 자신의 얼굴을 주로 그렸다.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 또한 시기별로 다르게 만난 애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온갖 열정을 쏟았다. 여기 사람이 지닌 많은 것들 중 가장 떠올리기 쉬운 것이 '얼굴'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다.

그림1-1/정운식_Picasso_430x200x710mm_steel, urethan paint, oil pastel, quick-dry paint, oil paint_2015



그림1-2/정운식_Audrey Hepburn EDITION_200X100X300mm_steel, ureathane_2015



조각가 정운식의 작품은 초상이 주를 이룬다. 수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인 오드리 햅번, 애플사의 성공신화를 이끈 스티브 잡스, 비틀즈라는 그룹의 영혼을 빛나게 한 존 레논…그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들을 주제로 작업한다. 또한 지금의 정운식을 만든 자신의 뮤즈들을 주제로 작업한다. 자코메티나 미켈란젤로, 피카소와 같은 선배 예술가들이 그가 존경하는 뮤즈들이다.

"미켈란젤로, 피카소의 얼굴을 시작으로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자코메티나, 콩바스, 워홀의 작업과 그들의 삶이 묻어나 있는 얼굴에서 나의 삶으로 이어지게 되는 연결고리를 담고자 했다. 각 인물의 얼굴에서 떠올리는 그들 자신들의 삶, 방향, 그리고 나에게 미친 '영향'은 각기 다르기에 이번 작업의 중심에는 나 '자신'을 놓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작업은 나의 존재를 이루게 해준 대가들과 철학자들의 얼굴에서 다시 나로 돌아온다. 결국 이것은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 무엇이었나? 에 대한 생각으로 끝났다." - 작가노트 中

그는 20대부터 얼굴 작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의 작업은 금속판들을 겹겹이 쌓아 높낮이를 달리한 입체적인 초상이다. 작가는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인물을 바라보고, 낯선 재료로 작품을 탄생시킨다. 수많은 시간을 거쳐 과거의 인물들이 금속판과 리벳을 통해 창조된다.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듯 높낮이가 모두 다른 얇은 기둥들로 뼈대를 만들고, 점차 얼굴의 외곽에서 이목구비로, 표정으로 이동하며 온갖 노력을 쏟아 입체적인 초상을 구현한다.

작업을 하는 일 이외에는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없다는 정운식 작가의 말에 한참을 멍했다. 그에게 있어 초상에 깊이감을 부여하는 작업은 전부(全部)이고, 그 외의 일들은 전무(全無)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림1-3/정운식_Philosophe_2100x100x1400mm_steel, uretan paint, oil pastel, quick-dry paint, oil paint, acrylic paint, gouache paint, brass powder_2015



친한 지인은 정운식 작가의 작품을 보고 현대미술의 상징인 개념을 빼고도 소장하고 싶고, 살아남을 것 같은 작업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은 난해하지 않지만 밀도가 높고, 한 눈에 가지고 싶은 작품이다. 대부분 이런 작품들을 나는 '대중성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초상에 깊이감의 변화를 담은 그의 작품은 등고선(等高線)을 닮았다. 지도 위에 그려진 등고선들에게 "일어나!" 라고 외친 것 같다. 등고선이 땅의 높낮이를 표현한다면, 그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 얼굴의 깊이감을 표현한다. 세상에 등고선을 찍는 카메라가 있다면 그 카메라로 얼굴을 찍은 듯하다. 등고선은 도면 내에서 혹은 밖에서라도 반드시 만난다. 내 성격과 표정이 모여 나의 얼굴을 만들 듯 말이다. 얼굴의 깊이를 찍는 카메라가 있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까? 매우 높지는 않아도 촘촘하고, 견고한 등고선이길 바란다.

'예쁘고, 잘 생기지 않아도 표정이 풍부한 사람, 늘 사려 깊은 내면을 지닌 사람,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베푸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깊은 얼굴을 지닌 사람들이다. 머리보다 마음이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의 작품을 보며 내가 가진 얼굴의 밀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늘은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다. 시간과 함께 깊이감도 더해가는 얼굴이 되고 싶다.

그림1-4/정운식_Audrey Hepburn_ 420x70x680mm _white_steel, uretan paint_2015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저자)



■작가 정보

정운식 (Unsik Jung) /조각가 /출생1984년 12월 29일

학력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환경조각학과

경상대학교 미술교육과 학사수상2013년 신화예술인촌 조형미술 공모전 대상

2013년 쇠부리 스틸아트 공모전 금상

https://www.instagram.com/unsikjung/

http://blog.naver.com/zelga84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