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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림 칼럼] -5화 매일매일 행복이어라

* 지. 병. 림 : 소설가, 비행경력 10년차 카타르항공 객실 사무장, K-MOVE 중동 해외취업 멘토, :「아랍항공사 승무원 되기」,「서른 살 승무원」,「매혹의 카타르」저자



"하나만 팔아줘요. 1디날 밖에 안 해요." 페트라의 장관에 심취한 나를 흔든 건 엽서팔이 소년이었다. 휴가를 맞아 작정하고 나선 페트라 여행에 호객꾼들이 극성이었다. 소년은 고작 열 살이 채 되지 않아 보였다. 꾀죄죄한 행색이 이 협곡 어딘가에 텐트를 치고 사는 가구의 식솔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이의 눈은 생기와 희망으로 총총히 빛났다. 나는 소년의 희망을 외면할 수 없어 1디날을 건넸다. 그러자 어디선가 삼삼오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오늘은 학교 안 가니?" "우리 학교 안 다녀요." 아이들은 주눅 드는 기색 하나 없이 의기양양하게 답했다. 걸음을 더해 비잔틴교회에 이를 때까지 아이들은 졸졸 나만 따라다녔다. 한 떼의 양들을 보고 탄성을 지르자 소년은 양을 잡아올 기세로 물었다. "만져보고 싶어요?" "응! 잡아올래?" 대답 대신 소년은 양떼를 향해 냉큼 달려 나갔다. 줄행랑치는 양떼는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소년은 결국 언 손등에 생채기만 얻고 말았다. 튼 살갗을 비집고 살짝 피가 보였다. 그런데도 해맑게 웃는 소년을 보자 갑자기 너무 미안해졌다.

"안 다쳤니?" 나는 소년의 언 손을 꼭 쥐고 체온을 나눠주었다. 소년은 기다렸다는 듯 10디날에 당나귀를 태워주겠다고 흥정을 시작한다. 그러자 좀 전의 미안했던 마음이 뒤로 물러선다. "괜찮아!" "그럼, 5디날이요!" 소년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았다. 어린 당나귀의 봇짐이 되자니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손이 너무 시려요. 학교도 가고 싶고요." 이번에는 볼품없는 나무 목걸이를 내민다. 그리고 득달같이 달려들어 다시 5디날을 부른다. 소년의 눈빛이 너무 집요하고 확신에 차 있어서 나는 물었다. "행복하니?" 그러자 소년이 우문에 현답 하듯 말했다. "매일 매일이 행복이에요!" 소년은 하늘을 향해 양 손을 활짝 펼치기까지 했다. 나는 5디날과 함께 목걸이를 돌려주었다.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빵도 사고, 책상도 사기를 바랐다.

이토록 화려하고 유구한 역사를 갖고도 비루한 삶을 연명하는 아이들이 즐비한 나라에서 어찌하여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인지 정말 의아하다. 그들은 화려했던 과거의 망상에 갇혀 현실을 부정하거나 우울해 하지도 않는다. 어린 것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끈질긴 생활력으로 호기롭게 버티는 모습이 무서운 생명력으로 느껴진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자가 큰 뜻을 품었을 때 발휘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능력이다. 나는 그 옛날 예수가 말하던 '약속의 땅'이 여기서 얼마 멀지 않음을 떠올리며 소년의 빈손을 있는 힘을 다해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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