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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차분한 연휴를 보내기 위한 마음가짐

연초라 많은 일들을 정리하고 시작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마음이 바쁜 건지 몸이 바쁜 건지 구분을 잘 못해 바쁘기도 하다. 설날이 한 발짝 다가왔다.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 숫자놀음에 불과한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하고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할까 커피를 마실 때마다 고민에 젖어든다.

마쳐야 할 원고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강의를 생각하느라 하루를 보내는 일…무엇을 먹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어떤 카페를 가야 나의 영감이 치솟고 집중력이 폭발할까?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그러다 원고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잠이 들고, 기똥찬 카페를 찾지 못해도 오늘도 참 즐거웠다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 이런 일들을 반복하며 사는 일상을 좋아한다.

서울은 새벽에 움직여야 차가 막히지 않는다며 밤 10시가 넘어 24시간 카페를 찾아다니는 일…새벽 2시가 되어도 아직 밤이 길게 남았다며 안온한 마음으로 한숨짓는 일…다른 어른들 보다 시간에 자유로운 이런 직업을 가져셔 참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일…

어제 본 잡지의 한 구절에는 이런 문구가 나왔다.

"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살고 싶은 삶처럼 살아라 "

그 물음에 나는 80% 정도는 이렇게 살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지금의 내 삶이 매우 훌륭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여유롭게 시켜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였다. 결국 다시 태어나도 나는 이런 소소하면서도 대단한 기쁨들을 누리며 살고 싶다.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삶의 방식과 태도에 더 많은 가치를 두면서 지금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다.

타인의 눈에는 내 삶의 많은 것들이 찬양 거리가 되지 못할지라도 상관없다. 내가 나의 삶에 찬양 거리들을 한 개, 두 개 수거하며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덮어놓고 낙천적인 긍정론자가 아니라 노력한 만큼 얻어지기를 바라는 현실적인 긍정론자가 되고 싶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살고 싶은 삶'

2016년 한 해도 잊지 않고 지갑 속에 넣고 다니고 싶은 문구이다.

그림1-헤릿 도우(Gerrit Dou)Astronomer by Candlelight (detail) 1650



그림2-헤릿도우(Gerrit Dou)/Astronomer(1650-1655)Stedelijk Museum De Lakenhal Stedelijk Museum De Lakenhal 27 x 29 cm



밤하늘에 들리는 별들의 이야기를 탐구하는 천문학자, 오늘 밤에는 어떤 별이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까? 고민하며 기민하게 하늘을 보고, 모두가 잠든 밤에 생각을 켜고 평생을 걸쳐 자신이 탐구해야 하는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 그에게도 촛불은 친구이자 의지할 수 있는 등대다.

헤릿 도우(Gerrit Dou/1613-1675)는17세기 네덜란드의 풍속화가로 렘브란트의 첫 제자이다. 15세 때 처음으로 렘브란트 작업실에서 배운 초기 기법을 평생토록 기억하며 작품 활동을 진행했다. 마치 그것이 작업의 진리인양 그는 스승에게 배운 기본을 고수했다.

그렇게 치밀한 기법으로 표현한 그의 그림들은 나를 숨죽이게 만든다. 숨죽이고 함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조용하지만 책임감 있는 한 팀이 되게 한다. 마음이 들뜨는 밤이 되면 그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림 속에 조용히 불을 밝히는 촛불처럼 나의 밤도 작지만 강하게 빛나기를 바란다.

그의 아버지가 유리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그의 그림을 볼 때마다 '역시, 피는 못 속여.' 라고 되뇌게 한다. 그가 렘브란트의 화실에서 4년간 배운 정확하고 치밀한 묘사는 평생 헤릿 도우가 작업을 해나가는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그는 정교한 풍속화로 인한 명성이 멀리 전파되어 자신의 출생지인 네덜란드의 라이덴뿐만 아니라 영국 궁정에도 초대를 받았었다. 그렇게 풍문을 타고 헤릿 도우의 그림은 점차 유명해져 가격이 높아진다. 빛이 커지면 어둠도 함께 커지듯이 그의 그림을 모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람의 손 하나를 그리는데 일주일이 걸렸을 정도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나는 그의 그림을 볼 때마다 혼자 작업의 시간들을 가늠해본다. 손 하나에 일주일, 눈동자를 표현하는데 일주일…그렇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기간을 가늠해보며 그림 그리는 그의 모습을 상상한다.

세상 어느 화가든지 간에 열심히 작업을 해야 비로소 자신의 화풍이 확립되고 인정을 받게 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제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열정으로 꾸준히 작업한 화가들의 결과물은 어둠을 표현해도 빛이 난다. 우리는 그것을 작품의 '아우라'라고 부른다. 고흐나 피카소, 렘브란트처럼 어린이들도 알만한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내뿜는 아우라도 당연히 크게 빛이 나지만, 대중이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시대를 대표했던 화가들의 작품에도 '아우라'는 늘 존재한다. 헤릿 도우의 작품이 내뿜는 '아우라'는 바로 어둠에 비밀이 있다.

그림3-헤릿 도우(Gerrit Dou) Self Portrait-1640



그림4-헤릿 도우(Gerrit Dou)/Old Woman Reading (Rembrandt's Mother)/ 1631



그의 그림들은 지극히 사실적이지만, 늘 인간미 있게 다가온다. 치밀하게 묘사하는 극사실주의 그림들은 때론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의 그림들은 늘 정감이 간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와 장소와 풍습이 달라도 공감이 가는 이유는 그림 속 주인공들이 우리 같기 때문이다.

매년 지나가는 설날이지만, 어느 때 보다 내면이 소란스러운 시간이다. 그의 그림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그의 그림 속에 있는 촛불들에 집중하며 차분한 연휴를 보낼 참이다.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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