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대종상, 권위의식부터 버려야



이토록 '웃픈' 시상식은 지금까지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지난 20일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이하 대종상) 이야기다.

올해 대종상은 출발부터 불안했다. 지난달 14일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 겸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조근우 본부장의 발언이 화근이 됐다. 당시 조근우 본부장은 "국민과 함께 해야 하는 시상식에서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근우 본부장의 발언은 엄격하고 공정한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해야 하는 시상식의 근본을 흔드는 말이었다. 시상식 참석 여부로 수상자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대종상 스스로 '출석상'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물론 많은 배우들이 시상식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권위적인 화법이 영화계 안팎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논란은 결국 대종상의 파행으로 이어졌다. 시상식 전날 남녀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후보 대부분이 불참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상식 직전에 열린 레드카펫 행사는 여느 해보다 화려할 것이라던 대종상 측의 기대와 달리 초라하기만 했다. 시상식 또한 대리수상으로 이어졌다. 신인감독상을 받은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백감독과 친분은 없지만 트로피는 잘 전달해주겠다"고 말하던 장면은 50여년 대종상 역사 속에서 지울 수 없는 오점 중 하나였다.

올해 대종상이 파행으로 막을 내린 것은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권위주의적인 태도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대종상은 영화계 원로들이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과 현역 영화인들 사이에 제대로 된 교류나 화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는 발언은 대종상 주축들이 현 영화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고루한지 잘 보여준다.

앞으로 대종상이 변화할 수 있을까. 이날 시상식 말미에는 역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자 배우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등장했다. '영화제의 꽃은 여배우'라는 주제를 담은 영상이었다. 여배우가 영화제의 꽃이라니, 얼마나 고리타분한가. 그 영상을 지켜보면서 숱한 논란 속에서도 대종상은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국제시장'으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윤제균 감독은 "화합의 중간다리 역할로서 영화계 전체가 화합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는 뼈있는 소감을 남겼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종상이 먼저 변할 필요가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