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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불황형 흑자'의 나라

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불황형 흑자'의 나라

박승덕



활력을 잃어버린 우리나라 경제를 두고 최근 신문에는 '불황형 흑자'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수출과 수입이 줄어들면서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들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9월 수출은 452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지만 수입은 332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9월보다 23.2%나 줄었다. 지난 10월 한달간 수출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8% 줄었다.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를 나타냈다.

최근 발표된 코스피 상장사 실적에서도 불황형 흑자가 화두였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 617개사의 3·4분기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 실적을 분석해 보니 매출액은 258조44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7893억원(-1.8%)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5조4281억원으로 23.5% 증가했고, 순이익은 15조5481억원으로 103.2% 늘었다. 주요 상장사가 각종 비용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출은 줄었지만 이익은 늘어난 것이다.

불황형 흑자라는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의 희망도 빛을 잃고 있다. 지난해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58.6%였다. 올해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10명 중 4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의미다. 우리와 이웃한 일본 대학생의 취업률은 무려 96%를 웃돌았다.

정부가 '청년희망펀드'를 만든 것도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지난 9월15일 박근혜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나선 이후 기업 총수들을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기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청년희망펀드를 운용할 청년희망재단은 우선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 시장에 판매할 '청년 글로벌 보부상(청년 수출 전문가)' 5000명을 육성한다고 한다.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팔 청년 세일즈맨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청년 보부상 외에도 희망펀드를 통한 청년 취업을 도울 후속 정책도 기대된다. 하지만 희망펀드가 창출할 일자리는 한마디로 '이벤트'에 불과하다. 희망펀드가 청년의 일자리를 책임질 순 없다.

결국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국회에서 만든 법과 정부 정책이 먹혀 들어야 한다. 주요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과감히 도입하고, 호봉제가 아닌 성과급제 전환을 늘려야 한다. 또 노동의 유연성을 위해 노동개혁 작업도 미뤄선 안된다.

임금피크제와 청년 일자리 창출은 세대간 갈등을 낳을 수 있는 양면의 칼날이다. 조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양립할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다. 아빠의 일자리와 청년 취업이 함께 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누구든 빼앗기고 싶은 사람은 없다. 소유하고, 지키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그리고 성과급제를 통해서 노동의 유연성이 생겨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 딸이 함께 일할 수 있다면. 현재의 100%를 무조건 지키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 놓고, 양보할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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