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해가 지지 않는 조선·해양 강국'이란 주제로 서아프리카의 앙골라와 중동 아부다비의 해상유전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당시 23시간에 걸쳐 비행기로 앙골라에 가서, 다시 400㎞를 자동차로 달려가 현지 해양플랜트 전진기지인 '파이날 야드'에서 근무하는 대우조선해양 작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부다비에서는 조그마한 소형 선박에 몸을 싣고 7시간을 이동해 중동의 바다 한 가운데 위치한 해상유정 '움샤이프'에 올라가 해양플랜트 유지보수를 담당하던 현대중공업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도 한 여름밤 노을이 질 때면 당시 후텁지근했던 바다 위를 배경으로 노란 불꽃을 뿜어대던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한 때 반도체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조선산업이 지금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국내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적자를 감안하면 올 하반기까지 약 10조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업체들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선박 수주량도 불안하다. 영국의 조선·해양분야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8월 국내 조선업체들이 수주한 신규 선박량은 15만CGT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43만CGT, 중국은 41만CGT로 우리나라를 크게 앞섰다.
조선산업은 1990년대부터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효자산업이었다. 지난해에도 399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해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데 기여했다. 이랬던 대한민국의 조선산업이 어느새 몰락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우리나라를 따라잡겠다는 목표 아래 정부 차원에서 지난 2013년부터 51개 기업만 선별해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경쟁력이 없는 조선소들은 도태시키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조선강국'의 지위를 빼앗긴 일본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일본정부 차원에서는 선박가격의 80%까지 연이율 1%대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고 경영진은 노동조합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보다는 주주들에 대한 배당에 더 신경을 썼다. 업의 본질에 대한 경쟁력 향상을 등한시한 결과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 여부가 핫이슈가 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26일 채권단이 회사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임금동결 및 무파업을 수용하겠다고 전격 결정했다. 채권단은 유상증자, 출자전환, 신규자금 지원 등 총 4조3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방안을 빠르면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대우조선 정상화 움직임을 계기로 조선산업이 과거의 부실을 떨어버리고 다시 한번 한국의 주력산업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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