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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문화톡] 우리를 서글프게 만든 영화 '사도'

[양경미의 문화톡] 우리를 서글프게 만든 영화 '사도'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영화학박사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思悼)는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를 다룬 영화다. 이미 많이 알려진, 새로울 것 없는 흔한 소재지만 이미 4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 관객들은 이 영화의 어디에 끌렸을까? 우리 시대에 자본은 곧 권력이다. 권력을 두고 벌어진 부자 간 골육상쟁을 보면서 돈 앞에 부자 간, 형제 간 싸움마저 마다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본 것은 아닐까? 사도는 그래서 슬픈 영화다.

영조는 역대 임금 중 가장 긴 시간(52년)을 재위한 왕이다. 긴 시간만큼이나 권력욕도 강했다. 권력을 향한 영조의 욕망은 대리청정과 잦은 양위파동으로 나타난다. 영조는 사도에게 "왕가에서는 자식을 원수처럼 여긴다"라고 한다. 영조에게 사도는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경쟁자이다. 선조들이 피비린내 내며 권력을 쟁취했듯이 자신 역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리청정을 맡은 사도는 신하들에게 "군대는 신하들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군체계를 하나로 통합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영조는 "왕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신하의 결정을 윤허하고 책임을 묻는 자리"라며 사도를 꾸짖는다. 신하들과 사도가 국정에서 대립하면서 사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만 영조는 아들 사도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아들보다 신하를 택하는 것이다. 결국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는 사도를 보며 권력은 부자 사이에도 나눌 수 없음을 보여준다. 돈 때문에 부자와 형제 간의 천륜을 깨는 일이 흔한 지금, 사도는 단순한 사극이 아니다.

신하들의 사리사욕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본성이다. 하지만 국익보다 사익이 만연하게 되면 국가는 쇠할 수밖에 없다. 특히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조는 서자라는 자신의 출신배경 때문에 자신을 지지해주는 노론의 의견에 거스름이 없었다. 왕권과 신권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맞게 거래를 하고 신하들은 국가보다는 자신과 가문의 이익을 우선한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역사에서 왕권과 신권이 결탁해서 국가보다 가문이나 개인의 이익이 우선된 경우가 많았음을 관객들에게 암시한다. 영조로부터 25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과연 국익을 우선하고 있는가? 아니면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애 닳도록 생각한다"는 의미의 사도는 아들이 죽은 후 영조가 내린 시호다. 영화 사도는 부자간의 어긋난 애증관계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갈등을 전면에서 보여주고 있지만 이면에서는 권력욕이나 왕권과 신권의 결탁을 이야기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에 대한 인간의 본성은 다르지 않다. 영화 사도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해서 더욱 서글프다.

양 경 미/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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