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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데스크칼럼] 신입 은행원 뽑을 땐 '정직'한 인재 우선해야

정직하고 우수한 은행원 선발해야

구자익의 metro단상

구자익 경제부장



지난달 중순쯤이다.

중학교 2학년짜리 조카가 수첩 한 권을 손에 들고 찾아왔다. 여름방학 과제를 도와달라고 부탁해왔다.

과제는 직업 체험이었다. 10가지 직업을 정한 뒤 그 직업의 특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조카의 손을 붙잡고 국회의원과 경찰관, 소방관, 기자, 세관공무원, 의사, 사회복지사, 건축사, 보안시스템 프로그래머 등을 소개해 줬다.

조카는 이들과 인터뷰를 한 뒤 스마트폰으로 인증사진도 찍었다.

마지막 한 가지 직업이 남았을 때 고민하다가 은행원이 떠올랐다. 곧장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찾아갔다.

차 한잔을 마시는 동안 조카는 은행원이 하는 일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고 꼼꼼하게 메모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은행원이 지녀야할 가장 큰 덕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지점장은 거침없이 '정직함'이라고 말했다.

은행원은 여러 사람들이 땀흘려 번 돈 등 재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정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단어였다. 사전 설명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이다.

고객들의 재산을 다루는 은행원이 갖춰야할 가장 큰 덕목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지 못한 은행원들도 수두룩하다.

특히 정직하지 못하거나 은행원들이 정직하게 근무하도록 관리하지 못한 고위 임원들도 많다.

이런 사실은 시중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는 전·현직 은행장이나 부행장, 본부장 등이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제재기록이 적나라하게 표시돼 있다. 금전거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은행에서 돈을 빼돌리는 등 고객의 뒤통수를 친 사례도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시중 5개 은행에서 50명 이상의 고위 임원들이 정직이나 견책, 경고 등의 제재를 받았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 9명, 신한은행 7명, 우리은행 4명, 기업은행 2명의 순이었다.

비슷한 비위 행위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도 했다.

선량하고 정직한 은행원들이 더 많고 억울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없지는 않겠지만 중학교 2학년짜리 조카에게는 '낯 뜨거운' 대목이다.

조만간 시중 은행들의 신입 행원 선발이 이어진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어 성적이나 자격증 등의 '스펙'을 보지 않고 직무적성을 따져 우수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살펴야할 게 고객들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정직한 성품'이다.

은행들이 좋은 실적을 내는데 필요한 인재만 뽑지 말고 정직함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이 베테랑 은행원으로 성장하면 해외에서도 더 많은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직함, 오랜만에 들어봤다.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은행 임원들에 대한 제재 소리가 이제는 끊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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