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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통신산업] 황창규 임금님?..KT, 임직원 서열 따른 '계급부채' 배포 논란

국가인권위·시민단체 "부당한 노동의식 조직문화 없어져야" 경고

KT가 임원을 '왕'에 비유하고 사원을 '일당백'이라고 표현하는 등 조선시대 같은 계급사회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부채를 전국 KT 직원에게 배포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KT가 임원과 팀장급 직원의 교육용으로 사용 중인 '현장경영 활성화를 위한 Customer부문 현장 지휘관의 사명'에 시대에 역행하는 군대식 명령어인 '따지지 말아라', '안주하지 말아라', '변명 등 책임 회피하지 말아라' 등 군대식 명령조와 자극적인 문구가 명시돼 있다.



"팀장께서는, 아래의 사진과 같이 각 팀원에게 어울리는 부채를 수여하시고, 직원들은 부채 뒷 면에 각자의 이름을 쓰고, 각오를 다집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 KT(회장 황창규)가 임원을 '왕'에 비유하고 사원을 '일당백'이라고 표현하는 등 조선시대 같은 계급사회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부채를 전국 KT 직원에게 배포했다.

소통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 역행하는 '양반과 천민' 같은 계급 사회를 조장하는 모습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4일 KT에 따르면 이 회사 경영지원부문 기업문화팀은 사내 전산망을 통해 지난달 27일 임원, 부장, 지점장, 팀장, 직원용 부채 9종을 포함한 총 14종의 부채를 제작해 28일부터 배보한다고 공지했다.

KT측은 "이 부채에는 각 직급별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여러 재미있는 디자인과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부채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임원용 부채는 임원을 임금으로 표현하고 '임파워먼트 넘버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부채에 임금 복장을 한 그림의 얼굴 부위에 임원이라고 큰 글자로 인쇄해 계급을 구분짓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은 굴지의 대기업인 KT가 계급 사회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임원을 임금님으로 표현하고 부장, 팀장 들을 군인으로 비유해 '나를 따르라' 등의 문구를 넣으며 계급 사회를 연상케한 발상 자체가 하나의 공동체인 기업에서 가져야할 태도가 아니다"며 "경고 등 처벌할 규정이 있는지 검토해 볼 사안이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임원은 왕이다, 직원들은 죽어라고 열정을 다해야 한다는 식의 부당한 노동의식과 계급의식을 보여주는 모습"이라며 "요즘은 어떻게 하면 격이 없이 임직원들이 소통하고 임직원간 계급문화를 없앨 수 있을 지 노력하는 추세인데 이 와중에 '일당백'과 '열정'을 강요하면서 하급직원에게 억압과 스트레스를 주는 이런 조직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원용 부채에는 '임파워먼트'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이는 "지휘관은 책임지고 권한 범위 내에서 허들(장애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는 게 KT측의 설명이다.

임파워먼트라는 표현은 KT의 '현장경영 활성화를 위한 현장 지휘관의 사명'이라는 부문장 특강 자료에도 있다.

팀장, 지점장, 부장 부채에는 군인 이미지를 쓰면서 "나를 따르라!" "실적은 사랑입니다" 등의 문구를 삽입했다.

KT 직원 A씨는 "타사들은 감성경영과 소통경영 등을 내세우고 임원과 직원이 격이없이 스포츠까지 즐기는 마당에 군대처럼 막연하게 '나를 따르라'는 등 압박하는 기업문화가 횡행하는 KT가 한심하다"며 "평직원들에서는 윗선에서 계급부채 따위나 만들고 있으니 어떻게 회사가 발전을 하겠냐며 개탄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런 충성심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는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 KT 내부 곳곳이 퍼져 있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KT의 '현장 지휘관의 사명' 특강자료에는 "보병이 기마술까지 익히듯 강한 현장를 추진할 수 있고, 실제 무기보다 두배 무거운 무기로 훈련하듯 철저한 교육·훈련을 실행한다"고 적혀있다.

자료에 쓴 단어마다 군대식표현을 써가며 윗사람의 명령에 아랫사람은 무조건 따라야한다는 상명하복 조직 문화를 강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네일 내일을 따지지 말아라"는 강압적인 문구도 눈에 띈다.

'계급 부채'를 나타내는 13종의 부채들 중 직원용으로 보이는 부채는 별도의 사람 이미지 없이 문구로만 구성돼 있는 게 대다수다.

"필생즉사 팔사즉생 일당백 목숨걸고 일한다", "마이더스의 손 하면 된다 내가 손대면 무조건 노다지", "무한 긍정맨 내 사전에 NO란 없다", "숨은인재 곧 모습을 드러낼테니 긴장들 하십쇼" 등이다.

KT의 직원 B씨는 "윗사람 말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하는 상명하복 문화가 황창규 회장 취임 후 고착화되더니 부채로 표현됐다"며 "KT가 민영화된 이후로 개인 권한을 존중하는 문화는 없어지고 관료적인 의식과 강압적인 부분만 남았다"고 말했다.

KT의 직원 C씨는 "황 회장이 들어오고 나서 KT는 군대식 조직문화에 더해 삼성식 문화까지 도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내방송 KBN을 만들어 주3회 업무시작 시간 전에 생방송을 한다. 그룹사 뉴스나 황 회장의 강조 사안들이 나오는데 이 방송을 시청하는지까지 관리해 인사고과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KT 계급 부채 배포 공지를 알렸던 글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온 직 후 8000여건 이상 조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글은 논란이 일자 소리 소문 없이 삭제 됐다. 부채 배포도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KT측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홍보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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