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어닝쇼크 소식에 일제히 하락
고평가 부담 빼고 '옥석가리기' 시작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상반기 증시 랠리를 주도한 제약주가 연일 하락하며 약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2분기 호실적 소식도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이미 '옥석가리기'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29일 코스피시장에서 의약품업종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3.09포인트(8.71%) 내린 8205.93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48포인트(0.07%) 하락 마감한 것에 비해 낙폭이 컸다.
한미약품은 이날 오후 2시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1%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31.2% 늘어난 244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주가 하락을 방어하진 못했다.
한미약품은 전 일 대비 18.35%(10만원) 빠진 44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한미약품은 전날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최대 7억3000만달러 규모의 폐암 치료용 신약 후보물질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장 초반 11.19%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어닝쇼크 소식은 제약주 전체를 흔들었다.
녹십자는 10.34%(2만5500원) 하락한 22만1000원을 기록했고 한미사이언스와 국제약품도 각각 19.83%, 15.92% 떨어졌다.
이밖에 경보제약(-14.41%), 일양약품(-13.38%), JW중외제약(-12.88%), 대웅제약(-9.80%), 유유제약(-9.71%), 보령제약(-5.58%), 삼성제약(-4.07%), 일동제약(-3.21%) 등도 일제히 내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제약업종 지수는 전날보다 4.46% 하락했다. 개별 업체들 중에서는 대화제약(-21.57%), 인트론바이오(-13.88%), 코오롱생명과학(-13.46%), 코아스템(-11.57%), 에스텍파마(-11.46%), 조아제약(-10.72%), 제노포커스(-10.41%), 메디포스트(-9.91%) 등이 크게 떨어졌다. 안국약품(-6.36%), JW중외신약(-5.60%), 바이오니아(-4.23%), 휴메딕스(-3.10%) 등도 약세였다.
의약품업종은 '꿈을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만큼 주식 시장에서 신성장 사업으로 떠오르며 연초부터 지난 3일까지 122% 넘게 뛰어 올랐다. 그러나 지나치게 고평가 돼있다는 우려도 끊이질 않았다. 3일 연고점을 찍은 이후 현재까지 18% 뒷걸음질 쳤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제약주 급등에 따라 이달 들어 제약주가 하락하는 것은 주가와 신약가치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의미의 '조정'으로 볼 수 있다"며 "실적에 기반해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 연구원은 이어 "일부 제약주는 알려진 정보만으로 주가를 설명할 수 없는 수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며 "특히 신약 제약주는 확실한 사업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에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