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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터뷰에 대해 생각한다



영화 담당 기자이다 보니 배우들을 인터뷰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주변에서 "부럽다"거나 "재미있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충분히 이해한다. 연예인을 만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와의 인터뷰가 마냥 즐겁고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뷰야 말로 일종의 전쟁터다. 기자는 배우가 지닌 이미지를 한꺼풀 벗겨내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려고 한다. 그러나 배우는 그런 기자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애를 쓴다.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묘한 신경전. 인터뷰 기사는 이 팽팽한 줄다리기의 결과물이다.

처음 배우와 인터뷰를 하던 때를 떠올려본다. 기자라는 이름을 달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던 때였다. 정작 배우를 만났지만 질문 하나 던지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다. 열심히 준비해간 질문지를 그대로 읽기만 했다. 앞에 앉아있던 배우는 기자가 던진 질문에 조금은 무미건조한 태도로 대답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허탈함이 밀려왔다. 애써 준비한 시간을 의미 없이 허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허탈함은 이후로도 당분간 계속됐다. 기계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1시간 남짓한 시간만이라도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자고 말이다. 물론 이 짧은 시간 동안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인간적으로 대화를 나눈다면 아주 약간이라도 상대방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한 마디의 말은 물론 행동과 표정을 통해서도 그동안 알지 못한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인터뷰가 즐거워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인터뷰도 쉽지 않다. 매체의 수는 늘어나고 배우의 스케줄은 더욱 촉박해졌다. 그래서 1대1의 인터뷰보다 다수가 함께 하는 라운드 인터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인간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 희박해진 것이다. 최근 한 배우의 인터뷰가 영화 담당 기자들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그 인터뷰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 해프닝이 점점 인간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된 인터뷰의 한 경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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