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리투표' 혐의 옛 통합진보당원 '모두 유죄' 선고



당내 경선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옛 통합진보당원들의 항소심에서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당내 경선이라도 헌법이 정한 직접 선거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재확인됐다.

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옛 진보당 당원 최모씨 등 4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들에게 각각 벌금 30~15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문제가 된 이번 사건의 대리투표 대부분은 위임자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당원들이 대신 투표해 주겠다며 (위임자들에게) 먼저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임자들의 의사대로 투표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대리투표 자체만으로도 선거권자의 의사가 왜곡될 위험성이 있어 선거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내 경선이 국회의원 당선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직접투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이들의 행위가 기본적인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부정 개입 여지가 있는 전자투표 방식을 허용한 옛 진보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고, 당에서도 이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고려했다"며 벌금형 선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최씨 등 옛 진보당원 45명은 2012년 3월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후보 경선 전자투표 과정에서 당원으로 등록된 지인이나 가족 등의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로 대리투표를 하거나 자신의 인증번호를 타인에게 알려줘 대리투표를 하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1심에서는 "이들 대부분 부모·자식 관계나 부부, 형제, 지인 등 일정한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들로 특별한 사정으로 투표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행위는 위임에 따른 통상적인 수준의 대리투표에 해당해 업무방해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