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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간신] 권력과 폭력, 끝없는 욕망의 지옥도

영화 '간신'./롯데엔터테인먼트



민규동 감독이 이토록 폭력적인 영화를 찍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그의 영화는 비현실을 현실로 만드는 판타지적인 감성이 녹아 있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한 연출은 민규동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간신'은 이런 기대를 철저하게 배신한다.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강렬한 오프닝부터 그렇다.

'간신'의 오프닝은 강렬하다. 조선시대 연산군 때 일어난 갑자사화를 판소리 형식의 내레이션과 고속촬영으로 담아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붙든다. 잔혹하면서도 무자비한 폭력의 현장을 전시함으로써 영화는 앞으로 욕망의 지옥도가 펼쳐질 것을 예고한다.

그 중심에는 연산군(김강우)이 있다. 그는 권력에 취한 왕이자 광기에 사로잡힌 예술가다. 그가 그토록 거침없이 욕망과 쾌락을 쫓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간신들' 때문이다. 연산군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임숭재(주지훈)는 권세를 얻기 위해 왕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을 한다. 왕에게는 믿음직스러운 충신이지만 남들에게는 입에 발린 말만 하는 간신이다. 임숭재의 반대편에는 권력을 빼앗길까봐 노심초사하는 장녹수(차지연)와 유자광(송영창)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권세를 지키기 위해 두 여인 단희(임지연)와 설중매(이유영)을 내세워 연산군의 마음을 차지하려고 한다.

영화 '간신'./롯데엔터테인먼트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민규동 감독의 전작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를 잘 살펴보면 민규동 감독 특유의 색깔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피가 난무하는 잔혹함과 살색 향연이 펼쳐지는 에로티시즘을 그저 자극적으로만 담아내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화제를 모았던 단희와 설중매의 동성애 신은 야하기보다 폭력적이다. 여성 캐릭터를 관음적인 시선으로 욕망화해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화는 연산군에게도 인간적인 연민을 느낄 구석을 남겨 놓고 있다. 유려한 연출과 폭력적인 이야기가 빚어내는 묘한 조합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다른 사극과 마찬가지로 '간신'도 현대 사회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광기에 사로잡힌 연산군은 곧 욕망만을 쫓는 권력이며 왕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는 간신들은 그런 권력에게 아부를 떠는 정치인 혹은 재벌의 표상이다. 무엇보다도 그 간신이 아버지와 아들 두 세대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버지 세대에 이어 권세를 이어 받는 아들의 모습에서 세습 재벌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영화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특히 단희와 설중매의 동성애 신을 기점으로 영화의 긴장감은 다소 느슨해진다는 점은 '간신'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단희와 임숭재 사이에 개입되는 멜로 라인 지나치게 상업적인 선택으로 다가온다. 야심으로 가득했던 오프닝의 긴장감도 131분의 러닝타임을 팽팽하게 이어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5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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