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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스포츠종합

[스포츠 인문학] 오심과 편파판정 : 심판의 권위도 경기의 일부일까?



[스포츠 인문학] 오심과 편파판정 : 심판의 권위도 경기의 일부일까?

늘 있는 일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경기를 치르다보면 크고 작은 오심이 발생하곤 한다. 심판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정하려고 애를 써도 인간이 정밀기계가 아닌 이상 몇 시간이나 치러지는 경기 중에 잘못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결정적인 순간에 눈에 땀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심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지난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 대 한화이글스의 경기에서 박근영 심판은 3루 주자 강경학의 홈스틸을 아웃으로 판정했다. 하지만 세이프로 보였던 홈 쇄도에 김성근 감독은 합의 판정을 요청했으나, 아웃에 대한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박근영 심판의 오심 논란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아타이거즈 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이종범의 안타에 3루 주자 안치홍이 홈쇄도를 시도, 포수가 태그를 시도했으나 박근영 심판은 세이프로 판정해 논란이 일었다. 또한 지난 2013년 넥센히어로즈 대 LG트윈스의 경기에서도 오심 논란이 일었다. LG트윈스의 2사 만루 상황, 박용택의 땅볼 타구를 2루에서 가볍게 아웃 시켰지만, 박근영 심판은 세이프를 외쳤다. 이는 '희대의 오심'이라는 불명예를 얻을만큼 충격의 오심으로 남았다.

이로 인해 박근영 심판의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한때 퇴출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심이 잦은 심판을 기용하는 협회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KBO는 박근영 심판을 2군 리그로 보내는 징계만 내릴 뿐 퇴출하지는 않았다. 정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야구 팬들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결국 심판의 인프라 부족이 오심 논란을 일으키는 심판을 계속 기용하게 만든 게 아니겠냐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턱 없이 부족한 심판 자원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박근영 심판은 경력이 10년도 넘는 베테랑 심판이며 선수들의 강력한 어필에도 꼬리내리지 않는 강한 배짱을 지녔다. 또한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부 오심을 제외하면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비율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가 신이나 기계가 아닌 이상 잘못볼 때도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비난을 딛고 앞으로는 정확한 판단만을 내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심판이 오심을 내리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불가항력적인 원인과 가항력적인 원인이다.

인간이 정밀기계가 아닌 이상 눈과 귀 등이 감각기관만으로 내리는 결정은 정확성에 한계가 있다. 빠르면 0.005초만에 들어오는 주먹만한 공이 사람의 상체 면적만도 안되는 공간에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 심지어 선상에 걸쳤는지 안 걸쳤는지, 사람이 공보다 반 발짝, 아니 1/4발짝 먼저 들어왔는지 아닌지를 경기당 수십~수백 번을 판정내려야 하는데 이런 판정을 백퍼센트의 정확도로 내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판은 결국 이것을 심판 아카데미에서 수많은 판정연습을 통한 경험 누적으로 하게 된다. 즉, 실전에서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 올 경우에는 심판도 혼란을 겪으며, 당연히 돌발상황에서 규정에 따른 정확한 판정을 하지 못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상적으로는 판정의 전문가로 훈련을 받은 심판의 판정이 항상 옳아야 하겠으나 심판도 인간인 이상 잘못된 판단, 주관적인 판단, 불가항력에 가까운 판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잘못 내려진 결정이나 판정이 곧 오심이며 심판의 결정 하나하나에 따라 승패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그 결과가 흥행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스포츠의 특성 상 중대한 오심은 큰 논란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위와 같은 원인은 불가항력적인 것이다. 심판이 정확한 판정을 내리려고 했지만 여러 상황과 맞물려 그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 내에서 누구보다 큰 힘을 가진 심판이 권력남용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바로 편파판정이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유난히 오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 희생양은 바로 대한민국 선수들이었다. AFP통신은 런던 올림픽 직후 '역대 올림픽 5대 판정 논란'을 선정했다.

◇ AFP 통신이 선정한 역대 올림픽 5대 판정 논란

1-1972년 뮌헨 올림픽 남자농구 결승전 미국 VS 소련

2-2008년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8강전 영국 사라 스티븐슨 VS 중국 첸종

3-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복싱 미들급 결승전 미국 로이 존슨 주니어 VS 한국 박시헌

4-2000년 시드니 올림픽 유도 +100KG급 결승전 일본 시노하라 신이치 VS 프랑스 다비드 두이

5-2012년 런던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 한국 신아람 VS 독일 브리타 하이데만

2012년 런던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신아람(29·계룡시청)은 경기진행 오류로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에게 5-6으로 졌다. 심판은 경기 종료 1초를 남겨두고 3번이나 경기를 재개, 오심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경기 종료를 전광판에 알리고서도 하이데만의 공격을 득점으로 인정했다. 상대가 점수를 획득하지 못했다면 우세한 기량을 펼친 신아람이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경기였다.

AFP는 "제대로 판정이 나왔더라면 신아람은 결승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충격에 빠진 신아람은 피스트를 떠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리다 에스코트를 받고서야 내려갔다"고 전했다.

한국 수영의 자존심 박태환도 오심을 피할 수 없었다. 박태환은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3조 예선에서 3분46초48로 가장 빨리 터치패드를 찍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박태환은 실격 처리됐다. 심판진은 출발 전 정지 동작에 문제가 있다고 했으나 이런 결정을 누구도 납득할 수 없었다. 한국선수단이 강하게 이의 제기를 하자 국제수영연맹(FINA)은 판정을 번복했다. 오심(誤審)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흔들린 박태환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그는 결선에서 중국의 쑨양(3분40초14)에게 밀려 은메달(3분42초06)을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또한 남자유도 66kg 이하급 8강전에서 심판 전원이 한국 조준호의 판정승을 선언했다가 심판위원장의 한마디에 전원일치 판정패로 승부를 바꿨다.

증거는 없지만 명백한 편파판정이었다. 국제 대회에서는 선수의 기량만큼이나 외교력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 강대국은 상대적으로 약소국에 늘 좋은 판정을 받아왔다. AFP가 선정한 5대 판정 논란도 깊이 들어가보면 국가적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었다.

미국의 남자농구는 연거푸 올림픽 7연패를 차지하고 있었다. 프로선수들이 참여할 수 없어 대학 농구선수를 파견했지만 이들을 대적할 나라가 없었다. 반면 소련은 20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소련의 승리였다. 경기종료를 앞두고 1점을 리드하고 있던 소련의 공격이 시작됐다. 소련의 샤샤 벨로브가 미국의 더그 콜린스에게 볼을 빼앗긴 후 심한 파울을 범했다. 이어진 자유투에서 콜린스가 침착하게 바스켓 그물을 흔들어 2점을 얻었다. 점수는 50-49. 미국이 1점을 리드하게 되었고 남은 시간이 고작 3초였다.

소련은 롱패스로 골밑까지 공을 던졌으나 중간에 미국 선수가 밖으로 공을 걷어냈다. 이겼다고 생각한 미국 선수들이 코트 위로 뛰어나왔다. TV방송에서도 미국의 승리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심판은 경기를 3초 전으로 되돌리고 다시 경기를 하라고 명했다. 미국 선수들이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소련 감독이 프리스로 후에 타임아웃을 신청했다는 이유였다.

다시 소련은 롱패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3초를 다 쓰고 말았다. 이번에는 국제농구연맹 윌리엄 존스 회장이 코트로 내려와 경기시계를 3초 전으로 되돌렸다. 존스 회장은 그럴 권한이 없었지만 심판은 이의를 달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소련팀에 공격이 주어졌고 이번에는 제대로 롱패스에 이은 골밑슛이 성공했다. 그러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금메달은 소련의 손에 넘어갔다.

미국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농구경기연맹(FIBA)에 항의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 미국 체육계는 올림픽 농구경기에 무한정 참가하지 않겠다고 위협했고 항의의 표시로 은메달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위협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미국농구팀이 우승할 때까지 계속됐다. 수상을 거부한 은메달은 여전히 IOC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 보관 중이다.

미국과 소련의 정치적 갈등이 스포츠에까지 이어진 사례였다. 신성한 코트 위에 이데올로기가 개입한 셈이다. 국제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국적이 있고 또 정치가 개입되는 순간 공정한 판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는 적어도 세 사람이 필요하다. 둘은 서로 경쟁을 펼칠 선수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경기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심판이다. 심판은 스포츠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고 심판 자체는 경기의 일부가 맞다. 선수가 비를 맞으면 심판도 비를 맞아야 하고 선수가 경기를 기권하면 심판의 판정도 끝이 난다. 그렇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봐야하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명백한 잘못이고 실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스포츠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시대는 바뀌었고 스포츠도 발전했다. 선수들이 과학의 힘을 빌려 기량을 높였듯이 심판도 과학의 힘을 빌려 기량을 높여야 한다.

이데올로기의 개입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관객은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 이데올로기에 희생 당하는 것은 전장으로도 충분하다. 적어도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뤄야 하는 스포츠에서만큼은 정치적 개입이 없어야 한다.

심판의 자존심과 명예는 선수들의 노력과 경쟁 앞에서 내세울 것이 아니다. 심판이 없는 경기는 놀이라도 되지만, 선수가 없는 경기에서 심판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심판은 선수들에게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 공정한 판정과 그것을 위한 노력을 앞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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