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의 의무보호예수(지분매각 제한) 기간이 곧 종료됨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현금화해 승계를 위한 상속제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면서다.
4일 업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오는 14일 삼성SDS 총 발행주식의 60.6%인 4688만1198주가 보호예수에서 해제된다. 보호예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대주주 등의 지분 매매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것이다.
이번에 해제되는 주식은 지난해 삼성SDS 상장 이후 6개월간 보호예수로 묶인 최대주주 물량이다. 삼성전자(22.58%), 삼성물산(17.08%), 이재용 부회장(11.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09%),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3.09%) 등이다.
지난 1985년 설립된 삼성SDS는 그룹 총수의 자산을 확대하는 '키' 기능을 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그룹 내 전산실 업무를 맡기 시작했고 이 부회장은 1996∼1999년 이 삼성SDS 지분을 대량 매입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삼성SDS의 지난해 매출액에서 그룹 물량이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은 73%였다.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가치는 수조원대로 급상승했다.
이제 관심은 이 부회장이 삼성SDS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실탄을 어디다 쓰느냐다.
우선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SDS 주가는 현재 25만6000원(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이다. 이 부회장은 지분(11.25%)의 현재 가치는 약 2조2283억원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3.38%, 삼성생명 20.7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른 상속세만 해도 6조∼7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직접 팔아 이에 대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S는 보호예수 종료 이후 현물로 상속세 납부 등 여러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SDS 주가가 최근 하락하고 있어 단시간 내에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도 "오너 일가가 단기간에 삼성SDS 지분을 팔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몇조원대의 이 부회장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인수대상을 찾기도 힘들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어떻게든 삼성SDS지분을 활용해 그룹지배력을 늘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