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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인문학]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 세기의 대결은 어떻게 성사되었나



[스포츠 인문학]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 세기의 대결은 어떻게 성사되었나

필리핀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필리핀에서 아무나 붙잡고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아 달라고 물으면 첫째는 파퀴아오, 둘째는 프레디 로치, 그리고 셋째는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첫째로 꼽힌 파퀴아오는 우리에게도 유명한 복싱영웅이다. 그렇다면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프레디 로치는 누구일까? 바로 파퀴아오의 코치이다.

전세계 스포츠 스타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선수는 누굴까? 바로 메이웨더다. 메이웨더는 지난 13년과 14년, 2년 연속으로 전세계 스포츠스타 수입 1위를 기록했다. 연 수입이 무려 1000억 원이 넘는다. 그것도 광고 수입을 제외한 순수 대전료만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오는 5월 3일 오전 11시(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는 세기의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세계권투평의회(WBC)와 국제복싱기구(WBO) 웰터급 통합챔피언 자리를 놓고 플로이드 메이웨더(38, 미국)와 매니 파퀴아오(37, 필리핀)가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치기 때문이다.

전무후무한 8계급 통합 챔피언인 파퀴아오와 프로데뷔 이후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무패의 사나이 메이웨더, 두 선수의 대결은 그 명성만큼이나 천문학적인 돈 잔치가 열린다. 두 선수가 이날 받게 되는 대전료는 무려 한화 2500억 원, 경기 시간으로 나눠보면 1초에 1억이다. 주심 또한 단 한 경기로 100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그리고 이 경기의 가장 저렴한 티켓은 100만 원이며 가장 비싼 티켓은 800만 원이다. 실질적으로 알려진 암표 가격은 약 2억7000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TV로 시청할 시에는 10만 원의 시청료(Pay-Per-View)를 내야한다. 이는 미국 내에서 가장 비싼 유료 시청료이다. 이런 엄청난 돈 잔치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와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의 대결 성사로 역대 운동선수 최고 연간 수입 기록이 경신될 예정이다"고 예측했다.

이들의 대결에 이토록 많은 돈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과 같기 때문이다. '모순(矛盾)'이란 말처럼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복싱 스타일도 창과 방패를 닮았다. 전형적인 펀처 스타일의 파퀴아오가 창이라면, 방어형 복서 메이웨더는 방패인 셈이다. 더군다나 8체급 석권의 파퀴아오와 프로 데뷔 무패 전적을 자랑하는 메이웨더는 서로를 제외하고 더 이상 적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대결이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애초에 둘은 체급이 달랐기 때문에 만날 일이 없어보였다. 마치 서로의 체급 안에서 평행하게 달리는 방관자 정도로만 여겼다. 실제로 메이웨더는 2006년 파퀴아오가 모랄레스와 치른 2차전에서 관중석에 앉아 파퀴아오의 선전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메이웨더에게 파퀴아오는 평생 경기를 치를 일이 없는 아래 체급의 선수였다.

하지만 파퀴아오가 점차 체급을 올리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1킬로만 늘어도 스피드와 기량이 떨어진다는 체급차이를 극복하고 파퀴아오는 무려 20킬로 가까이 체중을 늘려 8체급을 석권했다. 메이웨더 역시 5체급을, 그것도 무패로 석권하며 웰터급으로 왔다. 그리고 파퀴아오도 결국 웰터급까지 오고야 말았다.

2009년 12월 그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파퀴아오가 미구엘 코토에게 승리를 거둔 이후였다. 복싱계 관계자와 팬들은 이제 파퀴아오와 메이웨더가 자웅을 겨룰 때가 왔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언론들도 여기에 동참했다. 도발적인 기사도 서슴지 않았다. 뉴욕 타임즈는 메이웨더가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와 겨뤄왔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메이웨더의 아버지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시니어가 입을 열었다. 그는 현직 트레이너이자 전직 프로 복서였다. 그는 "내 아들이 파퀴아오와 경기를 안했으면 좋겠다. 그는 약물을 쓴다"고 말했다. 이 말은 파퀴아오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코치인 프레디 로치와 컨디셔닝 코치 알렉스 아리자는 메이웨더 시니어를 대놓고 비아냥거리며 응수했다. 팀 파퀴아오는 파퀴아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11번이나 싸웠음에도 단 한 번도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단 점을 강조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이들은 2010년 3월 13일에 경기를 치르자는 제안으로 서문을 열었다. 협상은 순조로웠다. 대전료 배분은 50대50, 시합 이름 순서는 메이웨더-파퀴아오 순, 장소는 댈러스 카우보이스 스태디움에서 하는 것으로. 그러나 프로모터끼리 장소 문제로 의견이 갈렸다. 메이웨더의 프로모터 측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경기를 치르길 원했다. 이를 계기로 갈등이 시작됐다.

메이웨더는 최종 계약서에 파퀴아오가 올림픽 수준의 도핑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에 파퀴아오는 즉각 반발했다. 파퀴아오가 반발한 것은 도핑 테스트를 완전히 거절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올림픽 수준의 도핑 테스트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올림픽 도핑 테스트는 경기가 열리기 전 무작위로 들이닥쳐 피를 뽑고 소변을 채취한다. 파퀴아오는 이 때문에 자신의 경기 컨디션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파퀴아오는 "나는 내가 경기를 앞두고 진지하게 싸움에 준비가 됐을 때, 그들(도핑 위원회)이 피를 뽑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직접 발언까지 했다.

언론을 비롯한 복싱계는 파퀴아오를 비난했다. 단지 10cc의 혈액 채취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스스로 더 약물 복용을 의심스럽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만화에서나 가능할법한 8체급 석권을 이뤄낸 파퀴아오의 경기력이 제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메이웨더 측에서는 이를 두고 파퀴아오가 도망갈 구석을 만들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메이웨더의 프로모터 측은 언론에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대결은 파퀴아오의 약물 검사 회피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라는 헤드라인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것 역시 메이웨더의 도발 플레이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더티플레이와 불량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 메이웨더가 경기 전에 심리적으로 파퀴아오를 흔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이웨더는 경기 전에 대전 상대를 두고 조롱을 하는 등의 도발을 즐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복싱 실력 만큼이나 입담도 매섭다. 자신을 두고 "나는 무함마드 알리나 슈가 레이 로빈슨보다 뛰어나다"고 했던 인물이 바로 메이웨더였다.

파퀴아오는 이후 무작위 도핑 테스트가 아닌, 정해진 날짜의 검사를 메이웨더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메이웨더가 이를 거절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파퀴아오 측은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언론에서 이야기한 메이웨더 측 인사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길을 걸었다. 파퀴아오는 안토니오 마가리토를 꺾고 8체급 석권을 이뤄냈고, 쉐인 모슬리, 마르케스, 티모시 브래들리, 브랜든 리오스, 크리스 알지에리 등과 겨뤄 물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동안 마르케스에게 불의의 KO를 당한 것 이외에 모두 이겼다. (브래들리에 의한 패는 명백한 편파판정으로 밝혀졌다)

메이웨더 역시 14살이나 어린 사울 알바레즈, 마르코스 마이다나, 오스카 델라 호야 등과 겨뤄 모조리 승리했다. 방어형 복서로서 아웃복싱을 신의 경지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두 선수 앞에 남은 과제는 오직 서로였다. 다시 1차 협상 원점으로 돌아가야했다.

2015년 1월 7일 메이웨더-파퀴아오의 슈퍼매치를 추진하던 프로모터 악바르 무하마드는 "메이웨더에게 했던 1억2000만 달러의 대전료 제안을 했으나 무산되었다"고 밝혔다.

무하마드에 따르면 메이웨더가 2014년 11월 복싱 프로그램인 "쇼타임"에 나와서 파퀴아오에게 "한번 맞붙자"고 제안함에 따라 UAE 투자처를 끼고 있는 악바르 무하마드가 이 둘의 매치를 추진했으나 메이웨더의 소극적인 태도로 무산되었다고 밝혔다.

무하마드는 "하지만 메이웨더는 겉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이번 경기는 무산됐다"면서 "나와 투자그룹은 진지한 협상을 통한 결론을 원했으나 실망스럽게도 그와는 그렇지 못 했다. 메이웨더측과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안은 결국 무산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메이웨더가 이런 슈퍼매치를 원하는 것처럼 언플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조건을 달아서 파퀴아오와의 대결을 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이애미 히트와 밀워키 벅스의 NBA를 관람중 우연히 만난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복싱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1일 메이웨더는 자신의 SNS '샷츠' 계정에 자신과 파퀴아오의 사인이 들어간 계약서 마지막 장 사진을 게재했다. 이로써 서로를 제외하고 적수가 없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대결을 그들의 이미지로만 따져본다면 슈퍼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로도 볼 수 있다. 좋은 인성으로 유명한 필리핀의 복싱영웅과 불량 언행과 더티 플레이를 서슴지 않는 악동의 대결은 겸손과 쇼맨쉽의 대결이기도 하다.

파퀴아오가 메이웨더가 가지고 있는 무패 전적에 1패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지, 메이웨더가 파퀴아오 마저 제압하고 전설이 될 수 있을 것인지. 6년 간의 장외 설전을 마친 금세기 최고의 복서인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대결은 오는 5월 3일 오전 11시 SBS와 SBS스포츠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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