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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실버의 고학력증후군

박상진 트렌드 읽기



칠순을 맞은 노신사가 긴 한숨을 뱉었다. 평생 일만하며 살아 왔던 삶이 허무해서도 아니고, 지갑이 가벼워져 생활이 걱정스러운 것도 아니다. 칠순 잔치를 여는 대신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고, 아들과 여행지에 대한 상의를 했는데 그만 다툼으로 끝나버렸다. 아들은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에 적당하다 생각하는 것을 추천했지만, 노신사는 자신이 찾은 상품이 더 마음에 들었다. 여행을 보내달라는 것도 아니고, 여행지에 대한 상의를 한 것뿐이었는데 대화의 끝은 “그럴 거면 아버지 맘대로 하라”였다.

백발 할머니가 핸드폰 매장에서 점원에 언쟁을 벌였다. 점원은 화면이 큰 최신 핸드폰을 보여주며 요즘의 조부모들이 손주들과 SNS로 소통하는 걸 설명했다. 다양한 사진을 보여주며 목숨보다 소중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의 얼굴과 모습을 매일매일 볼 수 있다는 걸 강조했다. 할머니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극구 최신 기기를 거절했고, 최소한의 기능이 있는 핸드폰을 찾았다. 결국 “실버폰은 저희 매장에 없다”는 말을 핀잔처럼 들으며 매장을 나왔다.

한 치과의사가 점점 더 일하기 힘들어 진다며 하소연을 늘어놨다. 치과에 오는 손님 중 절반 이상이 환갑이 넘은 노인인데, 자신을 위한 치료든 손주를 위한 치료든 보통 깐깐한 게 아니라며 혀를 내둘렀다. 내용인 즉, 일반적인 보철치료는 물론이고 틀니나 임플란트 같은 교정치료 역시 젊은 사람보다 두 배 이상의 설명과 질의응답(?)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박대할 수도 없었다. 의사라는 직업의식도 그렇지만, 노인들의 소비력과 소비주도권이 적잖이 높기 때문이었다.

노년 층이 소비시장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의 축적을 향해 뛰었던 시간은 대략 반세기다. 돈의 중요성을 강조 받으며 공부했고, 돈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청년기와 장년기를 보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걸 깨달았고,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아쉬움으로 사는 것보다 실천하며 사는 게 낫다는 걸 믿게 됐다. 실버산업의 부실은 그들이 가진 학력과 경력을 고려하지 않는 것에서 기인됐다. 돈, 지식, 경험까지 다 갖춘 그들을 우리는 늙고 둔하고 어리숙한 사람들로 폄하하고 있다. 그렇게 뇌리에 박아놓고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실버의 고학력증후군에 빠질 분위기다. 정치, 경제, 사회, 의료까지 어느 하나도 쉽게 내편으로 만들 수 없는 대상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당분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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