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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차이나타운] 쓸모 있어야 살아남는 잔혹한 진실

영화 '차이나타운'./CGV 아트하우스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의 오프닝은 강렬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주인공 일영(김고은) 앞에 엄마(김혜수)는 얼굴에 피를 묻히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서있다. 한 손에 칼을 든 엄마는 일영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소리로 묻는다. "너 왜 태어났니?" '차이나타운'은 이 질문의 대답을 향해 앞으로 내달리는 영화다.

일영은 태어나면서부터 지하철역 코인로커에 버려진 소녀다. 일영이라는 이름은 그녀가 발견된 코인로커 번호 10에서 따왔다. 거지들 손에서 자라나던 소녀는 도박중독에 빠진 형사의 손에 이끌려 차이나타운에 팔린다. 그곳에서 만난 엄마는 소녀에게 말한다. "쓸모가 없어지면 너도 죽일 거야." 소녀는 그렇게 자신만의 생존법칙으로 어두운 세계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갈등의 시작은 일영과는 전혀 다른 생존법칙을 지닌 석현(박보검)의 등장부터다. 석현은 일영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라났다. 그러나 억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능동적인 태도로 삶과 마주한다는 점에서 일영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다. 엄마의 생존법칙에 의문을 품지 않았던 일영의 삶은 석현의 등장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흔들림을 예감한 엄마는 일영을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시험에 빠트린다.

영화 '차이나타운'./CGV 아트하우스



영화의 오프닝은 중반부에 접어들어 다시 등장한다. 비교적 정적인 연출로 캐릭터의 감정과 갈등의 양상에 오롯이 집중하던 영화는 그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일영이 석현을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전반부와 일영과 엄마와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후반부는 극의 분위기도 성격도 전혀 다르다. 하지만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극 전개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데 성공한다. 신인 감독답지 않은 리듬감 있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영화는 남성영화 못지않은 폭력의 세계를 그려내 보인다. 그러면서도 절제된 연출로 폭력의 세계를 바라본다. 영화가 그려내는 잔혹한 현실이 다른 느와르 영화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 이유다. 김혜수와 김고은이 빚어내는 연기 호흡은 매력적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김고은의 열연은 그가 왜 충무로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낸 영화적인 공간이다. 자신의 쓸모를 증명받기 위해 피 흘리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삶이 우리의 현실과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도 느낀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일영의 마지막 모습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청소년 관람불가. 4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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