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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스타인터뷰] 엄혹한 현실을 위한 파격,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배우 김혜수./CGV 아트하우스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의 포스터와 스틸이 처음 공개됐을 때 김혜수(44)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짧게 잘라 헝클어진 머리에 기미가 가득한 얼굴,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거친 외양에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김혜수의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버리는 파격이 있었다. 얼굴에 피가 묻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김혜수의 또 다른 변신이다.

'차이나타운'은 쓸모가 있어야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각자만의 생존 방식으로 살아남은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느와르다. 김혜수가 연기한 엄마는 차이나타운을 이끄는 보스다. 거지의 손에서 자라나 차이나타운에 팔려온 소녀 일영(김고은)을 비롯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자식처럼 거느리고 있는 엄마는 오직 '쓸모'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한다. 쓸모가 없어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오직 죽음뿐이다.

영화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1984년생이다. 장편영화는 처음인 신인 감독의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시나리오, 그리고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꽤 충격적이었어요. 여성이 주체가 되는 영화라 반가웠지만 엄마도 일영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였거든요. 강렬하고 충격적이면서도 잘 짜인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소년이 앉아 있는 거예요. '은하철도 999'의 철이 같은? (웃음) 하지만 현장에 가보니 감독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게 생겼어요. 정말 좋았어요."

영화 '차이나타운'./CGV 아트하우스



영화는 얼굴에 피를 묻힌 위압적인 태도로 일영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섹시함과 우아함으로 영화제 레드카펫을 빛내던 김혜수를 떠올리면 분장을 통해 만든 거친 얼굴에 보형물을 넣어 두툼한 뱃살까지 만든 영화 속 엄마의 모습은 파격 그 자체다. 영화에서는 엄마의 과거가 그려지지 않는다. 대신 김혜수는 엄마의 외적인 모습을 통해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를 바랐다. 파격을 통해 관객 스스로 인물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를 원했다.

"엄마는 일영 이상의 강도와 시간을 몸으로 버텨낸 사람이에요. 어떤 이유에서건 누군가에게 버려졌을 것이고 생존만이 목적인 채로 처절하게 살아남아 지금의 엄마가 된 것일 테니까요. 이렇게 처절하게 잔혹한 삶을 버텨낸 사람에게 일말의 여성성이 남아 있을까요? 외모와 몸매를 바꾼 건 절대 권력자로 엄마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어요. 피부, 몸, 내장, 머리, 손톱 모든 것이 내부적으로 완전히 망가진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배우 김혜수./CGV 아트하우스



젊은 배우들과의 작업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김고은 외에도 고경표, 엄태구, 이수경, 그리고 아역배우 김수안 등 신예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김혜수는 "캐릭터들 사이의 충돌도 앙상블도 좋았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일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 배우 김수안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연기를 하는 굉장한 에너지가 있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그렇다고 김혜수가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선배라는 책임감을 떠안고 작업에 임한 건 아니었다. "저는 기본적으로 영화다운 영화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할 자격이 있다면 다 배우라고 생각해요. 신인 배우나 중견 배우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죠." 그렇게 김혜수는 '차이나타운'에서 배우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자신만의 존재감을 스크린에 강하게 새겨 넣었다.

배우 김혜수./CGV 아트하우스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차이나타운'의 주제는 결국 이 시대의 슬픈 진실을 보여준다. 범죄자의 이야기로 극화된 부분이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결국 자신의 '쓸모'를 인정받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늘 가치를 평가 받는 배우에게는 더욱 엄혹한 진실일 수도 있다. 김혜수는 "그래서 나의 이야기이면서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배우의 삶이라는 것도 그래요. 자신의 쓸모가 있는지를 매번 검증 받게 되고 또 그것이 드러나는 일을 하니까요. 그래서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쓸모가 있나? 쓸모가 있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기도 했죠(웃음). 프란시스 베이컨의 자화상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괴하게 일그러진 자신을 바라보는 그런 강렬함이 우리 영화에 있는 것 같아요."

배우 김혜수./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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