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삼성전자 사이에 벌어진 '세탁기 파손' 사건 재판이 종결 합의가 됐음에도 재판까지 이어지게 됐다.
삼성전자가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음에도 검찰이 공소를 유지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LG전자가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윤승은 부장판사) 심리로 17일 열린 LG전자 조 사장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포함해 모든 혐의에 대한 공소 자체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주된 혐의가 명예훼손이며 이 재판의 관할이 서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공소를 취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명예훼손에 대한 공소를 취소해도 업무방해 등은 남아 관할권을 다툴 수 있는데, 명예훼손을 꼭 유지할 필요가 있으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사장 측과 검찰은 이 사건의 재판 관할지가 어디냐를 놓고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조 사장 측이 사건 발생지가 독일이고 피고인의 주소지가 창원이므로 관할 법원을 창원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의 관할지가 서울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해당 출판물인 언론보도 내용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실제 보도된 내용을 적시한다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조 사장 측 변호인의 의견을 물었고 변호인은 내용을 더 검토한 뒤 다음 재판에서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공소장 변경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거나 재판부가 공소기각을 결정한다.
법원 관계자는 "기소된 후에는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공소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지만 반드시 검찰이 공소 취소를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사장과 조한기(50) 세탁기연구소장 상무는 지난해 9월 3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 두 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를 부순 혐의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또 조 사장과 전모(55) 홍보담당 전무는 이후 해명성 보도자료에 허위사실을 게재해 삼성전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세탁기 홍보·판매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조 사장이 한 달 가까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검찰은 전격적으로 LG전자 본사 홍보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조 사장 등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다음 재판은 5월 8일 오전 11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