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제철을 맞았다.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40%나 올랐다는데 판매량은 30%가 늘었단다. 여기 또 제철을 맞은 이들이 있다. 일명 취준생, 바로 취업준비생들이다. '취업철'을 맞긴 했는데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으로 몸값도 판매량(?)도 도통 늘지 않는다. 꽃게가 부러울 지경이다.
지난 주말 몸값 좀 쳐주는 두 회사의 '입사고시'가 있었다. 얄밉게도 재계순위 1,2위 기업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적성검사는 몇 해째 같은 날, 혹은 하루 차이로 실시되고 있다. SSAT(삼석직무적성검사)냐 HMAT(현대인적성검사)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취준생은 머리를 굴린다. 삼성은 서류전형에 탈락자가 없어 SSAT를 보는 인원이 약10만명 수준이다. 경쟁률이 높다. 그러나 허수도 많다. 현대차그룹은 서류로 한 번 걸러진 이들 1만명이 응시하니 싸워야 할 적수가 적다. 하지만 허수도 적다.
알겠지만 그 결단은 그저 결단일 뿐. 당일 시험장에선 더욱 혹독한 진빼기가 시작된다. 올해 SSAT에는 상식영역에서 경제·역사 문제가 60%나 출제됐다. 한 지원자는 "삼성은 사학자를 뽑아서 스마트폰을 파나보다"며 볼멘 소리를 냈다. HMAT에는 이공계생도 풀기 힘든 공간지각 영역 문제가 나왔다고 한다. 카이스트 출신의 멘사 회원이라는 지원자 한 명은 "멘사 문제만큼 어려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또 이 야박한 이들은 다음 기회도 잘 주지 않는다. 삼성이 주는 SSAT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딱 세 번뿐이었다. 상반기, 하반기 두 번 낙방했다면 삼성은 갈 수 없는 회사가 된다. HMAT도 두 번 이상 떨어진 지원자라면 현대차그룹 입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취준생들의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엔 'SSAT 특강', 'HMAT 쪽집게 스터디'가 판을 친다.
이달 말 SSAT와 HMAT 합격자가 발표된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들의 낙담의 시간이 시작될 터다. 헌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만 회사랴. 어딘가 누군가는 당신이 필요하다 하는 날이 올터다. 너무 낙담치 않기를. 그리고 모두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