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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사에 멘트한 교수 압박하는 대기업의 힘

산업부 재계팀 이정필기자



산업부에 와서 대기업의 막강한 힘을 실감하곤 한다.

최근 일이다.

대형 플랜트 사업을 영위하는 H사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아 안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기사를 썼다.

기사 말미에는 전문가 의견으로 관련학과 교수의 멘트를 달았다.

내용은 업계 전반적인 차원에서 안전시설 확충과 안전교육 강화를 통해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민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멘트에 H사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기사가 나간 다음날 아침 교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H사와 대학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관계인데 왜 그런 내용의 멘트가 나갔냐고 사측과 학교에서 압박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H사가 취업을 하는 일터고, 회사와 대학 양측에서 책임을 지라고 해 곤란해졌다는 내용이다.

데스크와 상의 후 연락하겠다고 한 뒤에도 교수는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기사 수정을 촉구했다.

전날 취재차 통화할 당시 교수와는 안전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조언에 뜻을 같이 했었다.

또 배려 차원에서 H사를 멘트에 넣지 않고 업계 전반으로 가겠다는 데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언짢아하는 H사의 영향력에 두 사람은 서로 미안해졌다.

기사는 결국 데스크와 논의 끝에 취재원 보호 취지로 수정됐다.

교수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와서 대기업의 막강한 힘을 실감하곤 한다.

일반적인 지적이나 비판조차 수용하지 않는 그들의 문화에 놀라곤 한다.

구멍가게 주인들이 무너져 대형마트 직원으로 들어가는 시대다.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쓰고 열심히 공부한다.

대형마트와 동네수퍼가 공존하는 사회, 제과회사와 수제빵집이 상생하는 나라를 바라는 건 대기업 입장에서는 생각의 죄에 걸리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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