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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스물] 머뭇거려도 괜찮아, 청춘이니까

영화 '스물'./NEW



청춘이라는 말에는 희망과 긍정의 기운이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을 해도 괜찮은 시기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춘과 함께 꿈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회에서 청춘을 통해 희망과 긍정을 이야기하기란 너무 어렵다. 수능시험에 목을 매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이라는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지금 이 나라의 아이들은 꿈과 열정을 따르기도 전에 너무 빨리 현실에 내몰린다. 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위로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각박하다.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세 아이들이 갈림길 앞에 서 있는 모습으로 막을 연다. 이상과 현실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을 지닌 길 앞에서 아이들은 고민에 빠진다. 대기업 입사가 꿈인 경재(강하늘)는 현실을, 만화가가 되고 싶은 동우(이준호)는 이상을 선택할 때, 치호(김우빈)는 아무런 꿈이 없다며 갈림길 사이에 있는 들판을 걸으려 한다. 누군가는 안정을, 누군가는 열정을 선택할 때 누군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영화 '스물'./NEW



인생의 책임감을 짊어져야 하는 스무 살, 각자의 판단으로 서로 다른 삶의 방향을 선택했지만 어떤 길도 순탄하지 않다. 경재는 지성의 산실이라는 대학에서 미친 듯이 술을 들이키는 청춘들을 보며 한탄한다. 동우는 힘든 가정 형편에 연애도 포기한 채 가까스로 꿈을 붙잡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나마 치호는 우연찮게 접한 영화 촬영현장에서 감독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보지만 이미 그 꿈을 이룬 영화감독은 "힘들고 어려우니까 하지마"라는 조언만을 남길 뿐이다.

무엇이든 이룰 것 같았던 스무 살도 알고 보면 미숙하고 하찮은 순간들로 채워진다. 스무 살이 끝나갈 무렵, 아이들은 자신들이 사실은 어떤 길도 선택하지 못한 채 주저앉아 있음을 깨닫는다. '스물'은 청춘을 꿈과 열정이라는 달콤한 말로 담지 않는다. 혹은 힘들어도 견뎌내는 것이 청춘이라고 쉽게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것이 청춘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현실감 있는 캐릭터, 재치 넘치는 대사, 그리고 코믹한 연기가 뒤섞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가 조심스럽게 말하는 청춘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만 그 공감대가 남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그럼에도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청춘영화라는 점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다. 15세 이상 관람가. 3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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