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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춘권, 봄을 싸서 먹는다

윤덕노



오늘이 입춘이다. 아직 바깥 날씨는 한 겨울 추위가 한창 이지만 절기상으로는 이미 봄이 시작됐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됐으니 크게 길하고, 좋은 기운을 받아 경사로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새봄을 맞아 축하음식을 빼놓으면 서운한데 입춘에 먹는 음식으로는 춘권, 즉 스프링 롤이 어울린다.

밀전병에 채소와 당면, 쇠고기, 새우 등을 싸서 튀긴 춘권을 보통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전해진 딤섬으로 알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입춘에 먹었던 음식이다. 이름부터 봄 춘(春)에 돌돌 만다는 권(捲)자를 써서 춘권이니 봄을 돌돌 말아서 먹는다는 뜻이다. 영어 이름인 스프링 롤 역시 봄(spring)을 말았다(roll)는 뜻으로 춘권을 그대로 영어로 번역한 말이다.

봄을 돌돌 말아 먹는다는 낭만적인 이름의 춘권, 스프링 롤에는 아시아 사람들의 새봄맞이 소망이 담겨 있다. 춘권은 옛날 동양에서 입춘에 빠지지 않고 먹었던 다섯 가지의 매운 채소, 즉 오신채가 뿌리다. 우리나라 「동국세시기」에도 입춘이면 경기도 마을에서 매운 채소를 캐다가 임금님께 진상한다고 했는데, 시대와 지역에 따라 채소의 종류는 다르지만 주로 파, 마늘, 부추, 달래, 여뀌를 쟁반에 담아 먹으며 새봄이 온 것을 축하했다. 오신채는 매운 맛의 채소이기 때문에 식욕을 돋울 뿐만 아니라 오장(五臟)을 통하게 한다고 했으니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채소를 먹으며 봄기운도 미리 느끼고 건강도 챙기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오신채가 춘권, 스프링 롤로 발전하는 것은 중국 송나라 무렵이다. 다섯 가지 채소를 그대로 혹은 양념을 해 먹다가 12세기 무렵부터 밀전병에 싸서 요리했는데 당시는 밀가루가 최고급 음식재료였으니 오신채를 밀전병에 말아놓은 춘권 역시 최고급 요리였다.

입춘이 지났으니 봄 또한 멀지 않았다. 봄을 돌돌 말아 먹으며 겨울 건강도 챙기고, 따뜻한 기운도 듬뿍 받으면 좋겠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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